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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May 27. 2023

픽셀7을 샀습니다.

구글스토어 첼시에서 기념품으로 픽셀7을 샀습니다.

(2022년 12월 22일에 쓴 글을 지금 포스팅 합니다)


지난 11월 중순, 회사 뉴욕 출장이 짧게 잡혔고, 우연히 도착한날 저녁에 잠시 혼자 돌아다닐 시간이 났습니다. 우연히 들고온 픽셀4가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를 뚫고 전철을 타고 구글스토어 첼시로 갔습니다.



매장은 매우 이쁘게 꾸며져있고, 손님은 많지 않았고, 손님보다 훨씬 많은 직원들이 매우 상냥하게 응대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차고 있던 애플워치 울트라를 칭찬해서 고맙다고 하는 동안 이미 4-5명의 직원분들에 둘러쌓여 제 워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누가 생각해도 새로운 픽셀7을 사려는 의도로 갔겠지만, 표면적으로는 픽셀4의 트레이드인 가격이 어떨지, 합리적이라면 고민해 보자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의 이성에게 강력하게 구매의 고려를 위한 조건을 설정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굳이 필요가 없는 지출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고 있었죠.

픽셀4의 트레이드인 가격이 64GB 모델이 295달러가 책정된다는 소리에 이미 어떤 색을 달라고 할지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막연하게 흰색, 검정색, 그리고 특이한 색깔 뭐더라? 하는 평소의 제가 아니라, 스노(흰색이 스노 컬러입니다) 컬러를 매우 정확하게 외치는 감성을 지배하는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외구매에도 무이자 5개월이 지원되는 국민카드도 ‘우연히’ 손에 들고 있었죠.


사실 아마 살면서 구글 스토어에 와 볼 일이 거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드물게 뉴욕 출장이 잡혔고, 다행히 첫날 일정이 조금 여유가 있어 폭우를 뚫고 유유롭게 올 수 있었죠. 이를테면, 뉴욕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다가 평소에 넘보지 못할 디자이너 브랜드 코트가 세일중이라면 언제 또 뉴욕에 오겠어 하는 마음으로 다들 사서 근사하게 입고 돌아다닐 것입니다. 저에게 뉴욕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은 바로 구글 스토어 첼시였습니다.

구글 스토어는 애플스토어보다 조금 더 패션 리테일같은 느낌으로 매우 예쁘게 꾸며져 있습니다. 특히, 구글의 프로덕트 산스 타입페이스의 둥근 느낌과 구글을 상징하는 심볼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하여 내부를 꾸몄습니다. 애플스토어보다 더 볼드한 느낌의 아름다움 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모든의 이의 관심이 유일한 고객이었던 저에게 집중되어, 난생 최고의 퍼스널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의 픽셀 시리즈가 강력한 스마트폰 브랜드이냐 하는 것과 구글 스토어가 테크 리테일로서 아주 성공적인 사례인가 하는 것에는 의문이 항상 듭니다. 구글은 넥서스 때부터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기기에 대한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이제는 구글의 아이폰같은 픽셀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이폰이 한때 성능 보다는 매끈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구글의 픽셀이 다른 무엇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디자인의 기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픽셀7을 그냥 해외 직구 처럼 구매해서 뜯었다면 그렇게 특별한 감정이 오래 가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 여행마다 성지순례처럼 들리던 애플스토어도 이번 여행엔 한번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글 스토어 첼시를 방문해서 픽셀 기기를 만져보고, 스탭들과 매우 친근한 대화를 하고 시종일관 미소짓고 웃으며 자신을 위한 선물을 한 느낌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늦가을의 뉴욕을 처음 방문한 여행자에게 이것보다 더 근사한 뉴욕의 경험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국에 돌아와서 드는 유일한 후회는 15달러 밖에 하지 않는 구글 로고가 있는 5패널 모자를 사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글 스토어의 기념품들은 구글이라는 워딩을 최소로 표현하면서도 구글적인 디자인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아마도 구글의 픽셀 점유율이 변하고, 리테일 전략이 변하게 되거나 하면, 이런 특별한 경험은 사라질 것입니다. 아직까지 그 방향을 알 수 없는 구글의 거대한 리테일의 실험으로, 저 같은 고객들은 매우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겠죠.

뉴욕에 계시거나 뉴욕에 방문할 일이 있으신분은 구글스토어를 꼭 한번 들러보길 권합니다. 어차피 그 안에서 살 것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습니다. 무엇을 사든 사지않든, 다시는 오지 않을 리테일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날도 자비없이 폭우가 내렸고, 입고 있던 코트도 젖었고, 귀가하는 길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에어팟 프로2의 이어버드 한쪽도 어딘가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너무나도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아직 귀중한 추억으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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