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Far Far Away
2023. 02. 10. 작성
삼성의 2023 언팩은 인류의 과학사에서 인류의 은하계 탐험 도전을 야심차게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더 이상 차별점이 없는 스마트폰의 경쟁 속에서 카메라에 집중한 이벤트 였습니다. 야간촬영을 강조하고 천체관측까지 가능한 아스트로 하이퍼랩스를 선보였습니다. 케녹스 카메라의 부활처럼 보이는 갤럭시의 신제품 카메라 발표 자체는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노태문 사장의 Galaxy Far Far Away로 시작하는 서사시의 인트로는 여전히 삼성이 경직된 대기업 문화를 버리지 못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https://youtu.be/gUM2wYKdxDA?t=79
갤럭시 언팩 2023 (2023 2월)
물론 정말 Galaxy Far Far Away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생활에 유익한 도구로서의 스마트폰의 역할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시간은 너무 길었습니다. 이것은 영어가 어떤 억양이나 발음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기업 사내 홍보자료에 있을법한 고리타분한 미사여구를 직역한 듯한 내용이 2023년에도 계속 반복된다는게 의아합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을 만들고 왜 높은분들의 신년사로 망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애플의 키노트도 팀쿡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애플은 서사시가 아닌, 그래도 생활에 가까이 있는 애플 제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잘 만든 광고도 한편 나옵니다. 애플의 제품의 상업적인 성공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린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https://youtu.be/ux6zXguiqxM?t=56
애플 아이폰14 이벤트(2022 9월)
애플의 키노트를 외신에서는 인포머셜(Informercial, 홈쇼핑)이라고 표현합니다. 채널간 서핑을 하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기적의 방수테잎 같은 광고방송을 보셨을 겁니다. 언제나 밝게 웃는 애플 임직원들이 얼마나 애플의 제품이 좋은지 이야기하고 있죠. 하지만, 애플의 인포머셜은 별도의 홍보나 이벤트를 하지 않고도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삼성의 언팩 행사는 이런 애플을 의식하면서, 더 나은 이벤트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보입니다. 더 밝고 경쾌하며, 좀 더 많은 물량을 투입하는 식으로요. 그러나 매번 그런 단계에서 보이는 컴플렉스가 망치는 느낌입니다. 삼성은 이러한 애플의 키노트를 겨냥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습니다. 뮤지컬 형식의 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에버랜드의 테마쇼같은 느낌의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도 했죠.
갤럭시 노트가 한창 나올때는, 다재다능하고 고성능의 제품을 어필하기 위해 끊임없이 산악등반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바쁜 전철 통근중에도 회사업무를 처리하는 모습 등이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 명의 사람이 그렇게 철인3종경기 같은 삶을 사는건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갤럭시 플립 라인의 패셔너블한 느낌을 강조하는 기획이나 A시리즈의 제품 발표가 훨씬 파격적이고 재밌습니다. 특히 A시리즈의 이벤트는 정말 볼만합니다. 틱톡세대를 겨냥한 어마어마한 기획들이 저세상 수준으로 펼쳐집니다.
갤럭시의 브랜드가치는 정점을 찍고 하락을 할거라는 의견이 한동안 많았습니다. 문제는 삼성이 그러한 우려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갤럭시로 이야기할 것이 카메라 말고는 없어 보입니다. 나홍진과 리들리 스콧이 등장할 정도로 카메라에 진심입니다.
HDR을 설명하면서 리들리 스콧에게 갤럭시로 촬영하는 영화 프로젝트를 맡겼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리고 야간촬영 나이토그래피를 설명하면서 곡성의 나홍진 감독의 프로젝트도 소개합니다. 을지로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호러같아 보이는 이 영화는 무려 정정훈 촬영감독이 갤럭시로 촬영을 하였다고 합니다. 빛이 어두워도 HDR 기능과 OIS 기능이 뛰어남을 설명하기에는 나홍진 감독의 세계가 적절하고, 최근 헐리웃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정정훈 촬영감독에게 프로젝트를 맡긴것은 탁월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내, 호러영화를 촬영하던 세트에 들어간 젊은 세대의 마케팅 담당자가 을지로 힙스터틀과 셀카를 촬영하는 부분으로 넘어갈때는, 삼성이 이때까지 해 온 잘 나가다가 뮤지컬 같은 그런 이질감이 들게 합니다. 나홍진 감독의 호러액션이 펼져졌던 배경으로 해맑은 젊은이들이 셀카를 찍고 있으니까요.
이번 언팩에서는 성능과 사용성은 맥북프로를 겨냥하고, 가격적으로 그램을 직접 겨냥한 매우 공격적인 제품인 갤럭시 북 시리즈가 더 관심을 받았습니다. 뛰어난 사용성과 디자인과 마감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평가가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휴대폰과 태블릿과 PC를 연결하는 생태계의 중심을 잘 지킨 제품이었습니다. 제품 자체가 좋아서 화제성이 높았죠.
언팩은 퀄컴과 구글을 초대해, 앞으로 스냅드래곤 칩셋과 구글의 플랫폼 전략과 함께 손을 잡아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의 세계를 선두한다고 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왔다기 보다는, 곧 있을지 모를 애플의 짜잔 하고 등장하는 XR헤드셋을 의식하여 급히 추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언팩 중간에 등장하는 여러 비디오챗 화면은 모두 구글 미트더군요.
이번 언팩 2023은 삼성의 자신감과에 자신을 이겨야된다는 강박과 애플에 대한 컴플렉스 등이 뒤섞인 이벤트였습니다. 조금만 더 어깨에 힘을 빼고 캐쥬얼한 접근은 있을 수 없을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차라리 A시리즈같은 이벤트로 언팩을 하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옛날 옛적에 갤럭시 파 파 어웨이같은 노태문 사장의 신년사 인트로는 좀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세상급 갤럭시 A 이벤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