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3일 작성글
아바타를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왜 파란 외계인 이야기를 3D 안경을 끼고 멀미를 느껴가면서 봐야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은 제가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의 상영관에서 한 장면 한 장면 놀라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리마스터링 개봉때였습니다.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상영관 근처에서 시간이 맞았고 그리 나쁘지 않은 자리가 있어서 돌비비전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물의길 일부 장면 상영까지 숨을 죽여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어렸을때 가장 영화라는 매체에 충격을 받았던 영화가 제임스 카메론의 심연 이었습니다. 산소탱그가 아닌, 액체 탱크를 뒤집어 쓴, 심해 저편의 존재를 만나는 영화는 정말 영화란 걸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에도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타이타닉이 나왔을때, 특히 재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타이타닉에 대해 이렇게 스펙타클을 가지고 할 이야기가 뭐가 있을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결론은 세기의 사랑이야기와 재난에 맞서는 인간애에 대한 엄청난 감동을 느꼈던 생각이 납니다.
아바타 물의길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새로운 문명과 토착민과의 충돌이 게속되고 있습니다. 나비 행성에서 나비족이 된 제이크 설리는 아직도 나비어를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면서 지구의 가부장적 가치를 아래세대에 물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1편에서의 갈등과 비슷한 지구인들의 침략도 계속 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영화 전체를 궤뚫는 어마어마한 비주얼의 황홀경에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단 한번도 보지 못한 나비 행성의 심해를 친절하게 따라가다 보면, 정말 그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물론, 하이마트 같은곳의 OLED TV속의 데모 영상같은 심해를 계속 따라가긴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새로운 세계에서 숲의 나비족이 적응하고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다보면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3시간 동안, 그 어떤 비평적인 생각은 더 뒷편으로 물러나고, 눈 앞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황홀에 빠져듭니다.
아바타 물의 길은 그 동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주얼적 실험이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오히려 지구 사람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이질적인 그래픽같아 보일 정도 입니다. 특히, 제이크 설리의 확장 가족격인 지구인 소년 스파이더(정글에 진군한 군인들 어깨위의 원숭이 같이 묘사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의 모습을 보다보면 더 이상 이 장면은 허구라는 생각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드라마와 액션, 스펙터클이 매우 풍부하게 있어 그 누구든 감명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 영화의 과거작들의 많은 요소들도 다시 등장해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어비스, 터미네이터, 에일리언은 물론 타이타닉까지 많은 요소들을 다시 활용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자신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의 극장에서 보기를 권합니다. 현대 영화 기술상 가장 뛰어난 비주얼의 황홀경을 선사할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