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차세대 ‘공간(Spatial)’ 컴퓨팅을 위한 원 모어 띵
오랜만의 원 모어 띵(one more thing)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맥북에어 제품과, 맥프로, 운영체제 발표를 정말 쉬지않고 사정없이 빠르게 달려갔습니다. 어느 시점부턴 대체 뭘 발표하려고 이렇게 서두르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애플의 비전프로는 VR헤드셋의 상용화의 시점 같은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발표를 합니다. 모두들 맥이나 아이팟처럼 시장에 급진적으로 진출할 줄 알았던 VR헤드셋을 애플은 애플워치처럼 접근합니다. 기존 애플 제품에서 뛰어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요소들을 응용하여 탑재할 수 있어야 하며, 뛰어난 디자인과 애플 실리콘의 강력함은 물론이며, 애플 생태계의 확장이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을 납득할만한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애플의 헤드셋이 있기 위해서 애플이 그동안 꾸준히 발전시켜온 애플워치와 에어팟 맥스의 디자인이 떠오를 것입니다. 애플워치는 애플이 기획안 가장 개인적인 애플기기로소 피부에 24시간 차고 생활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물론 에어팟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오래 착용하긴 하지만, 노이즈 캔슬링도 되고, 맥에도 자동으로 전환되고 집에서는 거실에서 애플TV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에어팟 맥스야 말로 24시간 착용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제품입니다. 두 제품 모두 애플이 금속소재, 패브릭 소재와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발전시켜온 프리미엄 리테일 제품의 정점 같은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아이폰이나 맥의 생태계에서 기꺼이 사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하고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애플워치가 처음 나왔을때, 아이워치가 아닌 점에 의아해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아이팟과 아이맥 등으로 i(인터넷이나 연계 같은 의미를 답고 있었습니다)에서 애플워치라는 네이밍이 탄생한 것입니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이외에는 이런 네이밍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워치가 아니었던 덕분에 애플워치는 스마트워치가 아닌 애플의 새로운 리테일제품으로 자리를 잡았을지도 모릅니다.
애플은 이번 헤드셋을 XR(Mixed Reality)로 정희한 비전 프로(Vision Pro)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른 기기들처럼 가상의 공간 한 가운데 사람을 덩그러니 초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현실이 증강(Augmented)되고 가상화(Virtual)되는 혼합(Mixed)현실임을 강조합니다. 즉, 이 헤드셋을 쓴다고 갑자기 안드로메다의 가상 세계로 순간이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서 서서히 혼합되는 확장된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에어팟에서 선보인 공간음향(Spatial Audio)에서 은유를 따 와서 공간 검퓨팅(Spatial Computing)이란 개념을 선보입니다.
비전 프로의 세계는 눈 앞에 iOS와 macOS의 세계가 넓게 펼쳐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이폰 등에서 보던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꼬집거나 터치하면서 경험이 시작됩니다. 가장 탁월한 점은 비전 프로로서 생전 처음보는 기능의 무언가를 하는거 보다는 기존 손바닥이나 아이패드, 랩탑으로 하던 작업이 그대로 이어져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페이스타임도 아이메시지도 애플티비플러스도 그대로 화면에 떠오릅니다. 하지만 좀 더 크고 생생한 화면에서 공간 음향까지 제공하여 생동감을 더 합니다.
비전 프로가 다른 헤드셋과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몰입하는 실제세계와 가상세계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눈으로 보기만 하는 기기이지만, 외부 글래스 디슬레이를 통해 자신의 눈 표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투명한 OLED를 통해 구현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내부에는 눈을 위한 디스플레이를, 외부에는 외부 세계를 위한 디스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여러 카메라로 영상이 제어됩니다. 아직까지는 비전 프로를 쓰고 있는 사용자의 눈이 고글같은 글래스를 통해 보이는게 매우 어색해 보이지만, 에어팟의 흰색 케이블도 세상과 나른 단절한다는 제스쳐의 상징이었다가, 에어팟의 주변소리 듣기 기능으로 그 의미가 바뀌기도 했으니까 모를 일입니다.
사용자는 화면을 실제 화면을 배경으로 여러 창으로 띄워서 보고 조작할 수도 있지만, 방해받지 않기 위해 실제 세계의 요소를 어둡게 처리하여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수도 있습니다. 그냥 사무실 환경에서야 그게 뭐 특별한가 싶다가, 여러 티비드라마나 영화의 몰입을 위해, 화면을 극대화하고 주변의 환경을 가상으로 꾸며주는 개념에 와서는 비로소 애플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것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비전프로의 가격은 3499 달러이며, 내년초에나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합니다. 당장 구매하지 못하는 제품을 미리 공개한 이유는 이번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개발자들의 참여를 빨리 하도록 선언하는 이유라고 보입니다. 이렇게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기기들은 특별한 앱이 없으면 단발적인 기믹으로 끝나고 맡테니까요.
만일에 비전프로의 가격과 발매시기를 발표 초반부터 이야기했다면 사람들은 아마 거기서 관심을 끊고 역시나 허무맹랑한 제품을 내놓았다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맥과 iOS, iPadOS, watchOS등 다양한 생태계를 계속해서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기술의 집약을 집대성한 것이 비전프로란 것임을 강조합니다. 가격의 공개에 앞서 또 한번 강조합니다. ‘좋은 카메라 기기와, 좋은 디스플레이의 기기 같은것들을 아무리 모아도 비전 프로의 경험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라고요. 이것은 고가의 기기를 합리화하는 변명이기도 하지만, 사실 듣고보면 그렇게 설득이 안되는 이야기도 아닌거 같아 보입니다. 방금까지의 그 경이로움이 3499달러라면? 가능한 가격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을거 같습니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애플이 지금까지 잘 해온것들을 지켜옴으로서 가능한 혁신 같아 보입니다. 아이폰은 애플컴퓨터의 축소판으로 시작된 모바일 기기였고, 이렇게 발전시킨 운영체제와 애플실리콘이 있었기 때문에 비전 프로같은 제품이 납득이 갈만한 상품성 있는 형태로 나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기기 + 플러스, 기기 + 프로, 터치ID, 페이스ID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네이밍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책을 유지해온 점도 돋보입니다. 애플 xR 글래스 프로 이런 이름이었다면 또 혼란만 가져왔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옵틱ID같은 보안 장치도, 터치ID와 페이스ID에 이은 직관적인 흐름을 유지해서 납득이 가는 네이밍입니다. 특히 눈의 망막스캔은 갤럭시가 이미 아주 오래전에 노트제품으로 선보였던 보안 장치입니다. 애플은 또 이걸 자신들이 발명한것처럼 근사하게 포장하고 있구요.
애플이 비전 프로를 단순히 차세대 애플 기기로서 다루고자 했다면, 애플워치처럼 디자인 소매상품처럼 강조해서 발표했을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WWDC에서 선공개한것은, 그만큼 이것에 새로운 미래의 컴퓨팅 환경이라고 여겼고, 맥과 아이폰 같은 플랫폼에서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으로 단순 기기 이상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고자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결국 참여하는 개발자들이 어떤 앱을 풀어내느냐 따라서 플랫폼의 종속이 결정될 것이니까요.
아마 저조차도 이 제품은 3세대나 4세대를 훌쩍 넘어서 구매하게 될 거 같습니다. 아이패드나 애플워치가 대중화되는 속도보다 더 세대를 거쳐야 할 지도 모릅니다. 무게와 가격, 내구성, 배터리 등 해결해야 될 것도 아주 많을 것이구요. 하지만, 비행기 여행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노이즈캔슬링 헤드폰같이 어느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컴퓨팅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그 어떤 가상현실 기계보다 그럴듯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기계를 쓴다고 슝하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 그냥 내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스며들듯 원하는 만큼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차별점으로 다가올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