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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간 교류가 활발한 곳에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좀 더 가까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같은 층에 살고,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로 친밀히 지내던 2가 고양이와 함께 살기에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허전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잦은 연락을 주고받다가 저녁을 먹기로 했다. 2가 가보고 싶다던 '흐스흐'에서 우리는 두 종류의 파스타와 막시모를 마셨다. 파스타는 맛있었고, 막시모는 처음 마셔보는 술이었는데 파스타와의 페어링이 제법 훌륭했다. 이름도 막시모라니, 어쩐지 막시무스 데시무스 메리디우스와 칼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술이었다. 17도 밖에 안 되는데도 알싸한 맛에 위스키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슬금슬금 취기가 오르는, 마음에 드는 술이었다(그러나 맘 속 위스키는 발베니, 도전하려 할 때마다 자꾸 멀어지며 내 애를 태우는 발베니). 막시모, 너는 술을 마시지 않는 2마저도 조금씩 홀짝이며 즐거워할 만큼 좋은 술이었다. 우리들은 이런 일상, 저런 고양이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을 후회할 만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그리고 다음번엔 다른 입주자들과도 함께 오자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는데 며칠 후 2는 이 가게의 폐업 소식을 전해왔다. 있는 줄도 모르긴 했지만, 진즉 자주 가 둘 걸 싶었다.
2와는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같은 층에서 살며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 고양이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공간의 일을 함께 처리하기도 해서 그냥 이웃이라기에는 못내 아쉬울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신기하기도 나는 '안'에서보다 '밖'에서 살가운 인연들을 더 많이 만나고 오래 만나왔다. 사람들로 하여금 나에게 이런 고민, 저런 걱정을 털어놓고 싶게 만드는 어떤 능력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낯선 사람들은 때로는 스스럼없이 때로는 고민 끝에 내게 깊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았고 그렇게 우리는 살가운 인연이 되었다. 2 역시 그런 경우인 셈이다. 이따금씩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 어쩌다가 떠오르면 아무 일 없이 평범한 일상을 기원하게 되는 그런 사람. 2 덕분에 내게는 그렇게 염원하던 동네 친구가 생겼다.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게 연결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포근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