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하게, 두바이 문화 체험
몇 년 전 지인분의 티켓 나눔으로 2021 아트두바이를 갔었어요. 코로나 직후 세계 최초 대규모 박람회로 DIFC(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에서 개최했었어요. 사람이 진짜로 많았어요. 아이와 함께 갔는데 작품은 볼 겨를도 없이 진땀 빼고 온 기억만 남아요. 2024 아트 두바이(Art Dubai)는 3월 1일부터 3일까지 마디낫 주메이라(Madinat Jumeirah)에서 AED100부터 시작하는 티켓을 예매한 후에 관람하실 수 있어요.
UAE에서 지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자연과 문화 같아요. 모래 가득한 사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푸르름이 부족하고요. 다른 한 가지는 박물관, 예술관, 음악회 이런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공기처럼 공짜가 아니어서 수시로 들락 하기에는 버겁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소소하게 즐겨 찾는 그리고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두바이 박물관(Al Fahidi Fort museum)
지금은 임시 휴업 중(현재 보수 중인가 봐요, 공지가 나오기 기다리래요. 언제 다시 개장할지 모르겠어요.)이라고 쓰여있어요. 한국분들에게 유명한 알 파히디 역사지구(Al Fahidi Historical District)에서 도로를 따라 쭈욱 올라가다가 오른쪽에 보면 배하고 대포 그리고 요새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어요. 그곳이 박물관이에요.
올라가서 입구를 찾으려면 돌아서 더 걸어야 하고 실내에는 모래를 깔아놓아서 사막에 온 걸 느낄 수 있게 해 줬어요. 가본 지 오래되었지만 갈 때마다 재밌다고 느끼는 게, 우리나라의 민속박물관에 온 것 같아서 그래요. 이 사람들이 석유를 발견하기 전에는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에요. 두바이에 살고 있는 혹은 여행온 꼬마들이 두바이가 이런 곳이었다고 하면서 놀랄 수밖에 없어요.
알 신다그하 역사 구역(Al Shindagha Historical Neighbourhood)
여기는 알 신다 그 하 박물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가족과 함께 거닐면서 옛 두바이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에요. 광활한 크릭이 끝도 없이 펼쳐 있고 새도 많고 또 탁 트여 있어서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휴식 그 자체예요. 박물관 티켓은 AED50인데 (매표소는 주차장과 이어진 앞쪽에 있으니 표를 살 분들은 근처 시큐리티에게 물어 바로 매표소로 가는 걸 추천드려요. 안 그러면 한참 걸어 나와야 해요.) 박물관 개수가 많으니 시간을 여유 있게 두세요. 저는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관심 없어해서 반도 못 보고 왔어요. 박물관을 재밌게 즐기려면 UAE역사에 대해서 예전 모습에 대해 관심이 있어야 할거 같아요.
알세르칼 애비뉴(Alserkal Avenue)
뒤늦게 남들 한 번쯤 다 가봤을 법한 나이트자르 커피(Nightjar Coffee)를 마시러 이곳에 처음 가봤어요. 거품이 가득하길래 와 맥준가 보다 했는데 전부 커피예요. 알 쿠오즈(Al Quoz)는 산업 구역이에요. 어느 날 갑자기 컨테이너가 가득한 이곳이 감성 가득한 공간으로 바뀌어요. 삭막한 문을 열고 막상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근사한 공간이 가득해요. Carbon 12는 가장 대표적인 갤러리이고, 전시한 작가들의 작품을 출판해서 판매하고 있는 모습이 맘에 들어요. 개인적으로 갤러기 박물관에서 관람 후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서 가끔 마음에 드는 출판물을 사 온 경우가 있어요. 그 책자를 볼 때마다 그 순간이 떠올라 추억을 환기시킬 수 있어요.
두바이 디자인 지구(D3, Dubai Design District)
2월 초에 진행한 두바이 패션 위크는 이미 지나갔네요. 지금은 2024 비치 사커 월드컵을 하고 있어요. 두바이 디자인 위크라고 매해 11월 정도에 일주일 동안 디자인 축제를 개최하는 곳이에요. 재작년에는 디자인 위크 마지막날에 가서 같은 반 아이를 우연히 만나기도 했어요. 물감 물총으로 그림 그리기, 염색하기, 만들기 같은 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가 시간대별로 있어서 아이가 좋아했어요. 가족단위로 많이 오고 구경거리가 워낙 막고 전시도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가볍게 먹기 좋은 카페도 몇 군데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요.
이 지역은 상업 디자인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 고요, 웨딩드레스 디자인 하는 친구도 여기에 사무실이 있어요. 레고도 이곳에 있어서 디자인 위크 때 엄청남 레고 조립 작품을 봐서 깜짝 놀랐었죠. 두 명의 레고 직원이 직접 조립한 거대한 레고 작품을 조심스레 이고 가는 걸 봤거든요. 인테리어 제품 그리고 패션 관련 여러 회사들이 모여 있어 그런지 거리 곳곳에 아름다운 조형물과 벤치가 있어 커피 마시기 딱 좋은 곳이에요.
이 밖에도 많은 이벤트, 워크숍, 그리고 뮤직 페스티벌 같은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끊임없는 곳이 두바이예요. 두바이가 사막에 세워진 인공도시이긴 하지만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어요. 외국인이 90%가 넘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곳의 전통과 문화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이 거주민으로써 만족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