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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주 Dec 03. 2017

일탈할 수 없으니, 글을 쓰겠다.

글쓰기 클래스 1회차_주제: 일탈

   호기롭게 일탈을 주제로 꺼내 들었는데, 요즘 너무 모범적으로 살아서 할 말이 없을까 겁이 난다. 누군가가 말했듯 오늘 2시 36분의 글쓰기가 요즘 나에게는 가장 큰 일탈이다. 나에게 일상이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지금 할 일과 다음 할 일을 기계적으로 넘기며 처리하는 과정 과정이다. 그런 일상에서 벗어나 현재의 나는 빨라진 심장박동으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글을 쓰는 중이다. 

   

   현대인의 로망이 일탈이라고 친다면, 그 이름 혹은 역할에 걸맞게 일탈은 즐거워야 할 테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완전한 해방감을 주는 일탈은 사실상 드물다. 오히려 '지금이 일탈할 수 있는 바로 그 기회야!' 이런 식의 생각이 나를 옥좨는 과정이 바로 나에게도 흔히 발생하는 가짜 일탈이었다. 


   일탈을 치르고 나면, 마땅히 그 일탈의 과정에 대한 사진이 남겨져야 한다. 수십장의 사진 중에 여러 심사위원단(같이 일탈한 이들)의 선별을 거쳐 가장 빛나는 한장의 사진을 선정해야 한다. 선정된 사진은 내 삶의 하이라이트로 가장되어 인스타에 업로드 된다. 그리고 나는 일탈 한 것 같은 느낌이나, 일탈 한 것 같아 보이는 느낌에 만족한다. 때로는 안도한다. 아. 이 과정에 해방감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진정한 일탈에서 오는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쾌락이 인도하는 대로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 머리 속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울렁거리는 심장 밑을 느끼며, 한 단어 단어, 나아가 문장을 써나가며 나는 지금 해방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것이 일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 내게 인스타는 필요가 없다. 


   # 사실 이 글은 정형화된 일탈을 즐기지 못하는 나의 분풀이를 담은 글이다. 대한민국을 뒤덮는 '여행 일탈'의 조류에 나는 함께 할 수 없는 성향이며, 상황 역시 그렇지 못하다. 죽도록 바쁜 나에게는 여행을 떠나기 위한 비행기 티켓구매, 숙박 예약, 일정계획, 맛집 검색 등이 다 귀찮다. 그 중노동을 다 하고 떠난 여행이 낯빛을 달리한 일상에 불과한 것을 깨달은 경험을 했기 때문일까. 지금 일정과 다음 일정을 기계적으로 넘겨가며, 관람하고 구경하는 여행은 일탈이 아니었다. 여행을 즐기는 내가 되기를 바라는 것 보다, 지금 글 쓰는 과정에 일탈 감을 느낄 줄 아는 내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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