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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주 Dec 25. 2017

거리두지마

    나에게 거리두기란 영 내키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이었다. 내 삶에서 겪은 가장 행복의 순간은 대상과의 완벽한 일체감에서 왔다.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누군가가 내 감정을 온전히 이해해준다는 감각을 느낄 때, 처음 가본 공간에 발을 들인 것이었지만 그 공간에서 뿜는 특유의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버리는 경험을 했을 때, 혹은 듣고 있는 음악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전부 다 내 맘 같을 때, 나는 대체할 수 없는 격양감을 느꼈었다.


   이런 내 경험과 다르게 거리두는 마음 습관이 현재 대유행 중인 이유로는 아마 거리두지 않을 때 받게 되는 상처가 아닐까 싶다. 나를 온전히 이해했던 사람이 나를 배반하면 더 아픈 법이다. 다시 찾아간 그 공간에서 더 이상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때 느끼는 허전함은 또 어떠한가. 속속들이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같았던 음악이 진부한 글장난으로 느껴질 때의 아쉬움은 역시 삶을 조금 더 고독하게 했다. 


   내 자신에게, 타인에게, 공간에게, 음악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두는 삶은 취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인 듯 하다. 거리를 좁히고, 기대하고, 깊게 빠지는 경험을, 그런 일상을 감내할 만큼 내가 강해지는 것을 어떨까. 취하고, 괴로워 했지만 다시 여유롭게 좁혀나가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도저히 나는 거리를 좁히는 과정에서 느끼는 격한 감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역시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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