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도쿄 출장 기록
2018년 4월 도쿄 출장 기록을 보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그당시엔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더운 날씨 속 여행하느라 몸이 지쳤다는 이유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단순히 노트를 펼치고 펜을 쥐면 되는 간단한 행동 조차도 어렵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꾸역꾸역(?) 써내려간 기록들을 읽자니 그때의 생각과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기록하려 했을까. 기록이라는 행위의 본질처럼, 무언가를 남기고 소장하고 싶은 목적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를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드 '빌리언스' 속 (내가 뽑은 최고의 명대사) 대사가 그 이유를 명료히 정리해주는 듯하다.
"자신을 조그맣게 조각내서 내면 깊은 곳에 보관해두게.
나머진 일하면서 내주더라도 그 조그만 조각은 꼭 간직해놓게."
업무 TO DO 리스트가 내 하루를 견인해가는 것처럼 느끼던 날들이었다. 특히 출장지에서는 내 시간과 생각을 일에 모두 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내게는 일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이른 아침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좋아하는 공간에 찾아가 내 취향의 깊이와 넓이를 더해가는 시간들도 중요했다. 그래서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주말, 휴가를 껴서라도 개인 여행을 하며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런 시간들이 바로, 내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보관해두고 싶었던 조그만 조각들이었다. 아래 몇가지 조각들을 읽고 있자니, 2018년 4월 도쿄 공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2018년 4월 23일 월요일 23:12
벌써 다섯번째 도쿄 출장이다. 아침에 한국에서 비가 억수로 내리는 바람에 공항 리무진 타는 일이 아주 힘들었다. 정말 최악! 그래도 미리 잘 도착해서 다행이다. 도쿄도 흐린 날씨였고 생각보다 쌀쌀했다. 기획팀 분들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내가 고른 파스타는 참 맛이 없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까지 야근을 했지만, 생각보다 덜 지친듯하다. 출장은 늘 고되다는... 것이 체득되어서일까? 내일은 날씨가 포근하길 바라본다.
(짧은 기록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제나 바쁜 출장이었기에, 업무하는 평일의 기록은 순삭되어 있었다. 그리고 출장 마지막날이자 내 개인 여행의 시작일인 4월 27일에 기록이 다시 시작되었다.)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08:07
아침 6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하고 블루보틀 롯폰기점에 왔다. 8시 정각에 문여는 이 곳은 분위기가 담백하다. 치아바타 치킨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데 너무 맛있네. 적당히 따뜻하고 고소하다.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도쿄여행의 시작이 선선하다. 좋다!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14:17
진구마에에 있는 스트리머 커피 컴퍼니. 짐도 너무 무겁고 다리도 아파서 휴식. 그래도 구글맵에 별표쳤던 곳들을 둘러보고 있어 뿌듯하다. 그나저나 이 집 아메리카노 잘한다. 몇분 전 내가 혼자 있던 층에 한 남학생 등장. 괜히 덜 외로워서 좋다. 난 더워죽겠는데 저 학생은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이 집 단골인가? 뭘 하고 있을까? 무언가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공부 중인가? 그러던 와중 한 청년이 또 들어왔다. 커피 동지들이 생긴 것 같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