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술술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철학적 고민까지 하게 만들었던 에세이. 가장 와닿았던 건 '여수의 영화관과 햄버거' 제목의 글이었다. 작가는 혼자 여수를 여행하면서 가장 신났던 순간이, 밤에 영화관에 갔다가 햄버거를 사다 먹었을 때라고 말한다. 꼭 여수가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그때 그 순간'이어서 즐겼던 것들.
이 글을 읽으면서 대만 출장 후 혼자 타이페이 도시를 여행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작가의 말처럼 혼자 여행할 때는 낮에는 쓸쓸한 마음을 느끼기 어렵지만 특히 밤에 내 마음을 조심해야했다. 호텔방 안에서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 때문이다. 유독 대만 여행 때 겁이 많았어서 (밤에 택시를 탔다가 혼자 괜한 겁을 먹었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이른 저녁에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티비도 보고,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이것저것을 했던 것 같다. 호텔을 나서면 내가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대만만의 무언가'가 널려있었겠지만 나는 마음을 내려놓고 방 안에서 낮에 산 원두를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바리스타가 메모해준 추천 카페들을 구글맵으로 찾아보기도 했다. 지금 왜 그때 그 시간이 기분 좋게 기억나는지는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그때 가진 여유가 좋았나보다. 여행에서만큼은 내 기분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상관 없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