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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종훈 Jun 18. 2018

①창문 ②화장실 ③대중교통 ④신축 ⑤냉난방

덧셈과 뺄셈의 '방 구하기'



이사를 했다. 본거지는 신촌이다. 신촌 주변 원룸을 검색한다. 조건을 맞춘다. 보증금은 300정도 월세는 50이 최고선이다. 신촌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연희동, 신촌동, 연남동 중개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생각한 금액에 맞는 집을 찾을 수 없단다. 그들은 원룸보다 고시원을 추천했다.


어플 ‘다방’, ‘직방’으로 직접 집을 찾았다. 중개사의 말과 달리 300/50에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신촌에 여럿 있었다. 해당 매물을 올린 중개사에 전화를 했다. 대답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보신 집은 현재 다른 세입자가 계약을 했습니다. 조건 맞춰드릴게요. 한 번 방문해주세요.”거나 “보신 집은 단기로 나온 겁니다. 한 달 내지는 두 달만 살 수 있어요.”였다. 후자는 짧아도 1년은 살아야 하는 나의 조건에 맞지 않았다. 전자는 중개소를 찾게 만들려 하는 ‘허위 매물’이었다.


오전 11시 고시원 내부 모습. '꿀잠'을 얻지만 시간을 잃는 공간이다.


중심지인 신촌을 벗어나야겠다 싶었다. 역시 어플로 방을 찾았다. 신촌, 합정, 당산, 신길, 대방, 노량진, 보라매역. 어느덧 집을 찾기 위한 더듬이의 범위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됐다. 합정과 당산의 경우 신촌보다는 가격이 저렴했다. 또 신길과 노량진은 합정과 당산에 비해 저렴했다. 가격이 저렴해짐과 동시에 시설도 깔끔했다. 신촌에서 월세 50의 원룸은 합정과 당산, 노량진과 신길로 갈수록 월세 40, 30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반면, 스터디를 위해 주로 찾는 신촌과 종각으로 가기 위한 대중교통 소요 시간도 40분, 50분으로 늘어났다.


시야는 서울 근교 경기 지역까지로 넓혀졌다. 서울 동부의 남양주, 남부의 성남, 서부의 고양과 부천까지. 어플 상 서울 서대문구에서 조건에 맞는 집은 57개였다. 한편 부천의 경우는 516개가 있었다. 고양시는 89개, 성남시는 84개였다. 가격은 모두 서울의 집에 비해 낮았다. 물론, 서울 중심부로 가기 위한 시간은 곱절로 늘었다.


‘탈서울’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 모두 이유는 비슷하다. 서울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로 흩어지는 것이다. ‘이 돈이면 노량진에서 이런 집에 살 수 있는데’ ‘이 돈이면 부천에서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는데’라며 어느덧 경기도에까지 시선을 옮겨간 나와 비슷하다. 실제 서울의 인구는 해를 넘길수록 줄고 있다. 반면, 경기도의 인구는 ‘탈서울’하는 이들을 흡수해 매년 증가한다. 서울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탈서울’을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도심의 공동화는 서울에 대한 해방이기보다 종속의 심화로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돈이면 OO까지 살 수 있는데’라는 현실인식에도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이를 결정짓는 요인은 서울과의 연결고리 여부다. ‘서울 강남 1시간 거리’, ‘광역버스 정류장 도보 1분’이라는 주거지 안내 문구를 서울 외곽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는 ‘탈서울’ 했음에도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와 같은 계층들이 집을 구하는 데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는 니즈를 자극한다. ‘이 돈이면 OO까지 살 수 있는데’에서 OO의 안에 강원도 원주, 대전은 포함돼도 대구나 부산, 광주가 이에 해당하진 못하는 것이다. 교통의 발달로 ‘탈서울’이 가능한 범위는 점차 늘어만 간다.


결국 신촌의 고시원에 입주했다. 보증금은 없으며 월세는 40만원이다. 화장실이 없는 방은 35만원, 화장실과 외부창이 모두 있는 방은 45만원이다. 창문은 포기해도 화장실만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없어 B급인 현재 방을 선택했다. 물론, 창문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방에 사는 이들에 비하면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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