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한 보험, 보험금 청구하면 받을 수 있나요?
우리 딸이 태어났다. 너무너무 아빠를 닮은(아직까진 귀엽다ㅜㅜ) 딸. 자연분만 2.95kg로 태어났고, 큰 문제없이 우리는 산후조리원으로 옮겼다.
조리원에서는 아내의 회복에 전념했다. 회복은 몸의 회복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소아과 검진 후, 우리에게 여러 소식이 전해졌다. 그중 가장 가슴 무너지는 소식은 '심장의 잡음 소리'. 그날 아내는 조리원에서 내내 펑펑 울었다. 떨리는 손으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잡음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심방중격 결손] 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리원 퇴소하는 날, 미리 예약을 잡은 부천의 심장 전문 병원으로 향했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그 조그만 몸에 이것저것 부착하며 심전도,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중격 결손이 맞으며, 다행히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천공이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막힐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마음 졸이며 간 병원에서 심장에 더 이상 '잡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듣고 돌아왔다. 우리 부부의 마음에 뚫렸던 구멍도 자연스럽게 메워졌다. ㅜㅜ 의사 선생님 입만 쳐다봤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
보험금 청구하면 나오는 게 있겠지?
한 숨 돌리고, 우리가 가입한 보험을 찬찬히 살펴볼 생각도 없이(살펴본들 알기 어려웠겠지만) 보험 설계사에게 병원에서 받아 온 서류를 보내고 청구를 요청했다. 그리고 우리는 실손 보험에서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다. 오 보험 있으니까 좋네!!(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ㅋㅋㅋ 갑자기 현타가...)
그러다 먼저 보험 영업을 시작한 동생을 만났다. 태어나서 점검도 받고 새롭게 가입할 요량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심장병원에 갔었다는 이야기, 청구해서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형, 담보 봤어? 장해 출생은 있나?
엥??? 그게 뭔데??(바보 모드)
동생은 우리 딸 보험증권을 열자마자 담보들의 맨 뒷부분으로 가기 위해 종이를 급히 넘겼고 '유레카'를 외쳤다.
형, 이거 2백만 원 받을 수 있겠는데?
엥??? 정말???(돈 받는데서 행복한 바보 모드)
내용은 이랬다. 태아 특약이라는 담보들 중에 '장해 출생'이란 담보가 있었고, 가입한 1천만 원 중에 심하지 않은 장해를 갖고 태어나는 아이에게 20%인 2백만 원을 지급해준다는 것. 우리가 가입한 태아보험의 설계사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동생이 하고 있었다.
진단서에 Q코드만 있으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결국 진단서를 신청하러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은 Q코드 넣어주세요 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떡 하니 Q코드 진단서를 발급해 주셨다. 그리고 동생에게 청구를 부탁했고, 그 주에 2백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왜 우리 설계사는 이런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았지?
왜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이런 것을 확인해주지 않지?
짜증이 올라오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아보험에 대해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보험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에 누구를 탓하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한 내 잘못이지 라는 생각이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