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간극의 비극에 대하여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지난 한 주간 잘 쉬고 왔다.
연차까지 활용해서 모처럼 멀리 놀러도 갔다 오는 등, 올해 두 번째 여름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다.
어느 정도 일들을 마무리하고 연휴를 시작했기 때문에 출근을 앞두고 오는 긴장감은 그래도 좀 덜한 편이었다. 그리고 출근을 해보니 다행히도 그렇게 큰 일들이 쌓여 있거나 추가적인 일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공간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돈을 버는 공간과 돈을 쓰는 공간.
물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면 특별히 돈이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간에서 우리는 돈을 벌거나 돈을 쓰고 있다.
나도 지난 한 주 동안 돈을 쓰는 공간에서 오늘 돈을 버는 공간으로 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이를 통과하는 지점에서 많은 감정 변화를 겪게 된다. 걱정, 불안, 스트레스 등등 월요병이라고 흔히 얘기하는 증세들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또한 긍정적인 감정 변화가 이루어진다.
한 편으로는 똑같은 공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돈을 버는 공간, 그래서 많은 고통(?)이 따르는 공간이고 같은 공간 안에서 어떤 사람들은 돈을 쓰기 때문에 그곳이 힐링의 공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페가 될 것이다.
회사일, 육아 등 바쁘고 지치는 일상 속에서 종종 아내와 함께 - 아이는 누군가에게 맡기고 - 휴식을 위하여 카페를 찾는다. 커피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 그곳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이 좋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때로는 창가에 펼쳐진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아내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아무 방해받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말 그대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하는 주인 또는 종업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그곳은 돈을 버는 공간이다. 내가 모르는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내가 카페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거리가 먼 감정들과 함께.
같은 공간이지만 돈을 쓰는 사람과 돈을 버는 사람에게 그곳은 또한 너무나 다른 공간이다.
그 지점에서 나는 돈의 위력을 마주한다.
태초에 원죄를 짓고 수고하여 일을 해야 하는 인류의 비극을 보게 된다.
하나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다.
돈을 쓰고 있는 내 앞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오늘 다시 돈을 버는 공간에 왔다. 이곳에서 돈을 벌고 번 돈을 또 어딘가에서 쓸 것이다. 그런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내 삶의 시간들이 채워진다. 다만 돈을 버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 삶이 돈을 쓰는 시간으로만 채워지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