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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 아빠 Oct 07. 2024

두통

짧은 시간 동안 들었던 생각들

오랜만에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시골에 놀러 가 좋은 시간을 보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아침에 고구마를 먹었는데 먹고 나서 뱃속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그렇게 심해질 줄은 몰랐다. 그냥 여느 때처럼 소화가 조금 덜 되나 보다 싶었다.


아침을 먹고 가족들끼리 외출해서 놀다가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왔는데 너무나 졸음이 쏟아지면서 슬슬 두통이 찾아오는 듯했다. 체기가 오는 신호였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았다. 아니, 괜찮겠지 하고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얼른 약국에 가서 소화제를 사서 집에 오는 길에 먹었는데 집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니까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심하게 체한 듯했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고 손을 따는 민간요법에도 변화가 없었다.


심한 두통으로 누워 있는 동안 -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마 30분 정도 간 이었을까 -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괴롭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통증 (육체적인 고통)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자살을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이해가 되고 와닿았다. 나는 단지 몇 분이었는데 일상적으로 그렇게 많은 통증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순간 떠올랐던 단어가 바로 '지옥'이었다. 아, 이게 지옥이구나.


그리고 미약한 인간과 생사를 주관하는 GOD을 생각했다. 


이렇게 아프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욕망들은 다 무슨 소용이었던가.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그분의 권능 앞에서 나는 참 오만했구나. 곧 나에게 찾아올 고통을 알지도 못하고 어리석은 마음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결국 난 화장실에서 토를 하게 되었고 그 짧고 강렬했던 두통의 시간이 서서히 물러갔다. 그렇게 초저녁에 잠이 들고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졌다.


짧지만 강렬한 고통과 드라마틱한 회복, 그리고 내 마음의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깨달음이 나의 짧은 반나절을 휘감았다.






나의 몸과 마음에서 고통이 사라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헛된 욕망 속에서 나는 다시 발버둥 칠 것이다. 

인간(나)은 나약하고 간사하다. 


그래서 글로나마 이 짧고 강렬했던 경험들을 기록해 놓으려고 한다. 


그 순간을 영영 잊지는 않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덜 어리석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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