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anni Nov 14. 2021

코로나는 음모라던 탄자니아 대통령, 코로나로 죽다?

하지만 그는 탄자니아에 비친 한줄기 빛이었다.


올해 초, 우리는 금방 끝날 것 같던 코로나 19와의 일주년을 맞이했고 그 이별의 끝 역시 아득해 보였다. 당시 국제 동향을 수집하면서 선진국의 백신 물량 확보 및 백신 여권 발급 등을 체크하다가 아프리카의 동향을 보고는 꽤 다양한 감정이 들었더랬다.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약초 치료제나 미신에 의존하거나 코로나19 자체를 음모론으로 몰아가던 동향을 보고, 처음엔 당황스러움과 조소(응 약초라고?)를 그러다 금방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만 의존해 거대한 파도에 맞서야 하는 그들의 절박한 몸부림에 대한 씁쓸함이 들었다.

몇십 년 전의 우리나라였어도 이들과 비슷한 반응이었을 거다.


그중 탄자니아의 사례가 눈에 띄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하기로 유명한 사하라 이남 지역에 위치한다. 나는 탄자니아의 수도 보다도 '잔지바르(zanzibar)'를 먼저 알게 되었는데, 워낙 아름답고 유명한 휴양지라 신혼여행지로 손꼽히기도 한다.   


아름다운 잔지바르의 정경 (출처: (왼) pandotrip, (우)123RF (Friday))



그랬던 탄자니아의 대통령이었던 '존 폼베 마구풀리(John Pombe Magufuli) '는 코로나19는 서구 세계의 사기극이며, 코로나19 예방에는 생강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면 된다는 발언을 통해 많은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올해 초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는데, 코로나로 인한 죽음이란 추측성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 발표에 따른 사인은 10년간 앓아온 심장 합병증으로 인한 심부전증(heart failure)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저 괴상한 여느 아프리카의 지도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한때 탄자니아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


 1차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2차출처: 한겨례


과연 그가 어떤 지도자였는지 함께 알아가 볼까나?




1. 지독한 부패와의 악연을 끊다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ecption Index)라는 것이 있다. 국제 투명성 기구(TI, Transparecy International)이라는 국제기구가 매년 18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인데,

탄자니아는 작년에 38점(100점 만점)을 기록하여 전체 94위에 올랐다.


아래 지도에서 '파랗게' 표시된 곳에 있는 국가가 탄자니아이다.

참고로 한국은 61점으로 33위, 북한은 18점으로 170위이며 1위는 88점을 받은 뉴질랜드와 덴마크

출처: Transparency International


물론 38점(100점 만점)은 절대적으로 낮은 점수이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49개국의 평균(32점)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2014년에 비하면(아래 그래프 참조) 7점이나 오른 점수이다(당시 순위는 119위).




2005-2015년 사이 탄자니아에서는 대형 부패 스캔들이 만연했고,

2015년 대선에서 마구풀리보다도 유력한 당내 후보였던 Lowassa(전 정권 총리 역임) 역시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경험이 있다. 


이에 당내 중립을 유지하던 마구풀리가 어부지리로 당내 경선에서 유력 후보로 떠오름은 물론이고, 부패 기록도 없는 점이 그의 강점으로 떠올랐다. 마구풀리는 거금이 오고 가는 '건설교통통신부'의 차관을 오랜 기간 역임했음에도 부패 스캔들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보통의 아프리카 지도자들과는 확실히 차별점을 갖고 있다.(그만큼 개도국에는 부패가 만연하다는 이야기이다 ㅠㅠ)


과거 거침없는 인프라 개발을 통해 '불도저'라 불리던 마구 폴리 대통령은 한창 부패상황이 심각하던 2015년에 집권하였다(위의 부패지수 표에서도 2014년 119위, 2015년 117위를 기록하는 등 탄자니아의 반부패 현안이 시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반부패와 경제발전을 모토로 삼아 잃어버린 국가 신뢰를 회복하고자 했다.


이에 그는 2015년 집권하자마자, 탄자니아 국세청(Tanzania Revenue Authority, TRA)의 주요 인사 6인은 해고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부패방지 및 척결청(PCCB: Prevention and. Combating of Corruption Bureau)의 오랜 청장까지 해고하면서 그간의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공무원의 자세를 요구하였다.


더 나아가 중복되는 부처를 통폐합하고, 정치인의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금지하며, 독립기념일 행사 대신 쓰레기 줍기를 주도하는 등 등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를 막힘없이 진행하며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은 언행일치를 선보였다.  

직접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마구풀리 대통령



아프리카의 오래된 부패와 반부패의 싸움에서, 이렇듯 눈에 보이는 행동이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라 많은 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구풀리 대통령의 집권 기간(2015-2020, 2020년 재집권) 동안 부패인식지수(CPI) 순위가 급격히 좋아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부패의 역사만큼, 수많은 기득권과 경제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터. 이에 대통령이라는 선출 권력이 가닿을 수 있는 한계적 영역과, 시대와 시간이 흘러야만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엉켜있었을 것이다.


이에 그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동시에 드디어 변화가 오는 것일까 하는 희망이 탄자니아에 공존하기 시작했다.


2.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vs 독재자 불도저


실제로 마구풀리 대통령은 집권 초기 높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는데 가장 유명한 해쉬태그로 “#WhatwouldMagufulido”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태그 하며 그의 국가예산 절약과 반부패 행보에 대한 존경을 유쾌하게 표현하는 것이겠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Magufulication’이라 칭하며 아프리카 리더들에게 이러한 자세를 요청하기도 했다.


후버보드를 사고싶거나, 치킨을 먹고싶거나, 여행을 가고싶을때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하는 현상은 하나의 밈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불도저’스러움은 (이미 예상했겠지만) 독재자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국회 논의 과정의 실시간 반영'을 중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음악인을 경찰에 송치하기도 했으며(바로 다음날 풀려났다고는 한다), 야당을 다양한 방식으로 탄압했다.


역시 이러한 강력한 리더십은 눈에 띄는 성과와 함께 포용력의 부족을 보여주는데 국가 발전단계에 따라 그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해서, 다각도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래 '자유 민주주의' 측정 지수 중 대표적으로 쓰이는 'Freedom house'의 지수 변화를 살펴볼까나?


 

출처: Freedom House


요기요기, 핑크색 화살표가 탄자니아이다. 위의 지도는 '점수의 변화'에 따라 (악화-개선)의 단계를 보여주는데 탄자니아의 경우 2019-2020년 사이 가장 악화된 붉은색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장기간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출처: Freedom House


최근 5년의 결과를 보면 2017년 58점에서 2021년에는 무려 34점으로 거의 절반이 떨어졌다. '인권'에 대한 불도저식 탄압이라는 말이 점수로 드러난다.


나는 이러한 지표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항상 갖고 있는 비판의식이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서구의 기준에 따른 다는 것이다. 즉 이 점수는 부분적으로 현지의 가치와 문화를 반영하지 못함을 인식하며, 점수에 대하여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이렇게 나온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제일 편한 건 사실이다!!!! 프리덤하우스 감사



3. 경제적 성과는 어떠한가


2020년도 7월, 탄자니아는 세계은행(WB)의 국가 분류의 '저소득 국가'에서 '하위 중소득 국가'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2025년까지 중소득 국가 진입을 위해 '국가개발비전 2025(1999~)'을 5년이나 앞당긴 성과는 연평균 7% GDP 성장 및 현 정부의 대형 인프라 개발 사업 등이 그 이유로 꼽히며 현 정부의 큰 업적을 달성하게 된다.


<세계은행의 소득별 국가 분류>
1인당 국민소득(GNI) 기준

저소득 국가: 1,035불 이하
하위 중소득 국가: 1,036~4,045불


좀 더 장기적 흐름이 궁금해서 찾아본 GDP 성장률은 아래와 같다.  

탄자니아 GDP 성장률(출처: World bank)


2015년부터 2019년까지 GDP 성장률은 최소 5% 이상을 달성했는데, 아니 2020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바보야 정답은 코로나야.


코로나로 인하여 사파리나 잔지바르 등을 방문하는 관광수입이 줄어들면서, 마구풀리 대통령의 해외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확대 목표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음을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다.


탄자니아 해외직접투자(FDI) 현황 (출처: World bank)


자세히 살펴보면 FDI는 집권 당시인 2015년에 약간 늘어난 뒤, 2016년부터 오히려 급감했음을 전체 그래프(2000-2019)와 확대 그래프(2013-2019)*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그래프를 2015년(집권 연도)부터 시작하지 않도록 설정한 것은 집권 전인 2014년도부터 감소 추세가 있었음을 보이기 위함이다.


3. 탄자니아의 전략적 중요성, 하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탄자니아는 우리나라의 2차 중점협력국(CPS, Country Partership Strategy, 2016-2020)으로 선정되었고, 3차(2021-2025) 에도 선정되며 아프리카 국가 중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이다. 따라서 2015년부터 집권해 재선에 성공한 전략국가의 대통령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은 꽤 의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단면적으로 ‘괴짜’로만 보였던 이 지도자에 대하여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집권 후 감옥행’이라는 단어로만 바라보면 모두 이상한 사람들일 뿐이지만, 이 나라에 살면서 그들의 삶의 궤적을 알고 그들의 공과 실을 입체적으로 아는 우리에겐 단순히 ‘이상한 사람’만은 아니다.


그런  코로나 검사를 멈추고 기도를 종용하다 죽어버린  정치인의 맥락을 되짚어 보고, 부패가 만연한 구조 속 아웃라이어로서, 또는 불도저와 같은 권위주의자로서, 때로는 국민의 희망을 담은 밈의 대상으로서 대통령, 또는 인간 마구풀리를 찬찬히 살펴보기를 랄 뿐이다.



*개도국의 이슈를 단편적으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편견을 깨기 위해 조사하고 글을 씁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사회의 한 단면일 뿐임을 함께 느끼면 좋겠습니다.

** 잠깐의 조사가 한 국가의 방대한 면을 모두 담기란 어렵습니다. 글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그 지혜를 공유해주세요. 모두의 지혜가 모여 더 나은 인식을 만드리라 믿습니다.




출처

Transparency Internatonal, "CPI 2020: SUB-SAHARAN AFRICA". 21.01.28.(검색일 21.11.03)

CPI 2020: Sub-Saharan Africa - News - Transparency.org

최현준 기자, "과시형·은둔형·거부형…각국 정상의 코로나 백신 접종법". 한겨레(21.03.24)

Fred Muvunyi, "Tanzania's Magufuli leads fight against corruption" (Deutsche Welle (DW), 2016.12.05) https://www.dw.com/en/tanzanias-magufuli-leads-fight-against-corruption/a-19252614(검색일:21.11.06)

BBC, "John Magufuli: Tanzania's 'bulldozer' president", (2021.03.17)

https://www.bbc.com/news/world-africa-56293519

Olle Mwalupinde, "Magufuli’s dilemma: corruption and the pursuit of democracy"

https://core.ac.uk/download/pdf/229308642.pdf

Aikande Clement Kwayu, "Tanzania’s John Magufuli: a brilliant start but an ignominious end"(The Conversation, 2021.3.18)

https://theconversation.com/tanzanias-john-magufuli-a-brilliant-start-but-an-ignominious-end-157092

김세원, 김종섭, 박복영, 이은석, "탄자니아 국가협력전략(CPS) 수립을 위한 개발협력방안 연구"(KIEP, 2015.12.30)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1010000&bid=0001&list_no=2085&act=view

NPR, “#WhatWouldMagufuliDo: Tanzanian President's Thriftiness Gets Him A Meme”, (2015.12.01)

APOLINARI TAIRO, “Investment, regional co-operation top Magufuli’s new goals”, (2020.11.15, The EastAfrican)

탄자니아 대한민국 대사관, 탄자니아 주간 정세 동향 (6.29-7.5) 상세보기|탄자니아 정세주 탄자니아 대한민국 대사관 (mofa.go.kr)




        

매거진의 이전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저지른 피의 내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