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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남편 김광석 Nov 17. 2020

돈 안되는 것만 쫓았더니 이렇게 됐다

별이 좋아서 시를 읽었고, 시를 쓰다가 사진을 찍었다

별이 좋아서 별을 보다가 이 시를 발견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중 -




말 뜻도 이해하지 못한채 달달 외우던 시절, 어딘가 모르게 찌질한 이 남자의 마음가짐이 나와 닮아 있음을 느꼈다.


그가 본 별은 어떤 별이었을까. 그가 본 밤하늘은 어떤 하늘이었을까. 그는 나와 같은 하늘 아래서 어떤 세상을 그리워 했던 것일까.


궁금해서 그의 시집을 사서 읽다가 시를 쓰게 되었다. 시를 쓰다보니 글이 좋아졌고, 글이 좋으니 국문학을 배워보고 싶었다.


그렇게 별을 좋아하던 나는 글을 좋아하게 됐고, 글을 좋아하던 나는 국문과에 진학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막장 인생이 따로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그저 살아가는 그 순간에 마음을 빼앗긴 방향대로 걸었다.


그렇게 10년을 걸었더니, 좋아서 쓰는 글이 밥을 벌어주고, 좋아서 보는 별이 용돈을 벌어주고, 덩달아 배웠던 사진이 직업이 되었다.


무의미한 경험, 무의미한 시간 따위는 없다. 그저 자신의 솔직한 시간에 충실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을 뿐이다.


십 수년이 흘러 그의 시를 읽어보면,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과 앞으로 삶에 대한 낭만이 떠오른다.


---시 전문---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 잠” “라이너 · 마리아 · 릴케” 이런 시인(詩人)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슬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게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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