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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TBBB Aug 05. 2021

5년 만에처음으로

한국에 가고 싶어 졌다.

2016년 7월 네덜란드에 도착한 이후 단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지 않았다. 초반에는 유럽에 사는 이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고 싶었다. 웬만한 유럽 도시들은 1-3시간 안에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었으니 한국 가는 비행기표에 100만 원을 쓰고 12시간 비행을 해서 익숙한 광경을 보기보다는 10만 원에 2시간 비행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싶었다. 너무 즐거웠다. 또 모든 게 너무 쉬웠다. 분단국가에 반도의 지형을 가진 나의 조국에서는 언제나 비행기만이 해외여행의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여기 네덜란드에서는 자동차로 집 앞에서 출발해 쉽게 벨기에에 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저-기 스페인 최 남단까지도 갈 수 있다. 그렇게 돈을 조금씩 모아 부지런히 여행을 다녔다. 모든 처음의 순간에서 새로운 감정을 느꼈고 또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 활자나 사진을 통한 것이 아닌 직접적인 경험으로 알아간다는 기쁨, 그곳에 내가 있었던 기억들이 여행 이후의 평범한 삶의 활력이 되었고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 하지만 인간은 얼마나 간사한 존재던지. 어느 순간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편에서 듣는 네덜란드어 방송이 여행 중에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 여행 빨래를 돌리고 익숙한 침대에 누워 고요히 잠드는 순간이 얼마나 견딜 수 없게 기대되던지. 유럽의 도시들을 이제는 대충 알겠고, 어디를 가면 어떤 것을 보게 될지 대충 예측할 수 있지만 그게 지루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경험을 위해서는 소비를 해야 한다는 그 사실이 나를 피로하게 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좋은 레스토랑에 가야 한다. 조금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 돈을 내고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고. 나은 음식과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모르는걸 계속 검색하고 비교해봐야 하고. 쉬러 떠났지만 얄팍한 지갑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달까. 그렇게 5년의 유럽 살이를 하면서 아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 더 즐거워진 것 같다. 아니면 이것저것 수지타산을 따져봤을 때 그게 더 현명한 기쁨이라서일지도 모르겠다. 걱정할 것 없는 지갑 사정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다르게 느꼈을까?  

그리고 2021년 7월, 정말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즐겨 가던 콩국수 집에 가고 싶고, 김밥천국의 순두부찌개도 먹고 싶고, 여의도에서 회식 이후에 자주 갔던 콩나물 국밥집도 가고 싶고, 친구들과 자주 가던 이태원의 술집, 또 너무나 익숙해 이것저것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나의 친구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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