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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oon Mar 29. 2024

베트남, 일주일에 한 도시 [달랏 편]

당신에게 장미 꽃다발을, 달랏

달랏은 '영원한 봄의 도시'이다


여행자에겐 나름의 캐릭터를 가진 도시가 매력적이다. 달랏은 나에게 고운 빛깔의 실크 아오자이를 입고 있는 여성같은 곳이다. 무더운 호치민이나 나트랑에 있다가 달랏에 가면 선선하고 맑은 공기에 기분이 상쾌해지고, 날씨가 좋아도 흐려도 모든 것이 이뻐 보인다. 프랑스 식민지배의 흔적이긴 하지만 유럽풍 건축물이 푸른 하늘과 호수,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낭만적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신혼여행지로 달랏을 선호하는 것은 봄날 같은 허니문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여행의 낭만도 아련한 봄날 같은 것이기에 여행자들이 달랏을 찾는 것이 아닐까.


봄의 도시로 가는 길


달랏 Đà Lạ 은 베트남 중부 럼비엔고원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해발 1,500미터에 있으니 일 년 내내 기후를 온화해서 ’영원한 봄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연평균 기온은 18도이고 가장 덥다는 4월의 최고온도가 25도 정도이니 베트남의 습도와 열기에 지친 제국주의자들이 달랏에 눈독 들일만하다.

'봄의 향기'란 뜻을 가진 달랏의 쑤언흐멍 Xuân Hương 호수

달랏은 호치민에서 약 300km, 나트랑에서는 약 140km 정도 떨어져 있다. 호치민에서 달랏을 가려면 7~8시간 걸리는야간 슬리핑 버스를 타거나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한다. 달랏의 리엔크엥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30km 정도 떨어져있어, 시내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려면 택시나 합승버스, 호텔픽업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얼마 전부터 제주항공에서 달랏 직항 항공편을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현지 도착시간이 늦으니 미리 교통편을 예약해야한다.

나트랑과 달랏 구간은 편도 4시간 정도 소요되며 대부분 여행사 합승버스나 프라이빗 차량서비스를 이용한다. 나트랑에서 당일 혹은 1박 2일로 달랏을 오가는 투어상품도 많다.


달랏의 꽃과 커피, 그리고 와인


달랏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싱그럽다. 온화한 고산기후는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최적의 환경이기에 달랏은 베트남 전역에 꽃과 농산물을 제공하는 커다란 농장이다. 달랏의 시장과 거리에서 팔고 있는 꽃과 과일, 야채는 소위 '때깔'이 다르다. 특히 한국 꽃집에서는 냉장고 안에서 애지중지 보호받는 꽃들이 무심하게 다발로 양동이에 꽂혀있거나 신문지로 대충 말아서 거리에서 팔고 있다. 한국에서 꽃을 사본 사람이라면 놀랄만한 가격이다. 현지 가격으로는 제법 비싸다고는 하지만 카페, 식당, 호텔 곳곳에 생화가 흔한 걸 보면 분명 베트남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달랏의 평범한 꽃집
시장에서 파는 빨간색 순무

달랏은 베트남에서 가장 질 좋은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베트남 커피의 대명사인 '카페 쓰어 다'(차가운 연유커피)에 쓰는 로부스타뿐만 아니라 산뜻한 풍미를 지닌 아라비카 커피, 다람쥐똥커피인 위즐커피 등 다양한 원두를 맛보고 살 수 있다. 신선한 달랏 우유가 들어간 카페 라떼와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은 달랏 카페들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도시 외곽에는 경치좋은 커피 농장들이 있어 농장을 방문해 멋진 경치와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다.

달랏의 커피 농장, 멋진 뷰와 함께 빨갛게 익어가는 커피 체리를 직접 볼 수 있다

달랏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드는 '달랏 와인'은 베트남에서 내세우는 토종와인이긴 한데, 그다지 추천할만한 맛은 아니다. 그래도 달랏은 와인과 잘 어울리는 도시이고 수입산 와인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종종 달랏 와인을 마셔보곤했다. 레드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조금 더 낫다.


꽃과 향기를 남긴 여행자가 되어보길


달랏에서 여성 여행자들이 가장 욕망하는 쇼핑아이템은 바로 생화이다. 꽃은 여행지에서 좀처럼 사지 않은 품목이긴 하다. 호텔에서 잠시 머물다 떠날 여행자가 살아있는 꽃이라니! 그런데 눈길 닿는 곳마다 놀랍도록 싱싱한 꽃들이 있고 비싼 커피 한 잔 값이면 장미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을 살 수 있으니, 달랏에서는 꽃을 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작년 겨울, 달랏을 함께 갔던 동행자들은 마음껏 꽃을 사고 서로 나누었다. 살벌하게 얼어붙은 한겨울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달콤한 호사였다. 우리의 호텔방에는 내내 꽃향기가 그윽했고 떠날 때도 여전히 생생했던 꽃들은 욕실의 세면대나 양치컵에 곱게 꽂아두었다. 청소하시는 여성들이 잠시나마 꽃을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달랏에 가면 자신에게 장미 한 다발을 선물해 보자.

꽃과 향기를 남기고 떠나는 여행자, 낭만적인 달랏에 어울리는 여행방법이다.

달랏에서 선물받은 장미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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