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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작가 Jan 07. 2021

최작가의 아트&아티스트

문화 ODA 다듬어 한국의 저력을 알립시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립대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공무원석사학위과정(MUAP)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로, 서울시에서 초청한 개도국의 유능한 젊은 공무원들입니다. 이집트, 브라질, 가나, 에티오피아에서 온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들이 한국과 서울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들은 K팝의 세계적 흥행과 세계 도시 서울의 역동적인 문화적 가치를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또한 자국에 서울의 문화적 역량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동아시아의 작은 개도국이 아닙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서 K방역이 주목받은 것처럼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수도 서울은 K팝을 필두로 문화적으로 트렌디한 도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혁신적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어느 곳보다 앞서 준비하는 메가시티(생활, 경제 등이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는 인구 1000만 명 이상 거대 도시)입니다.


 지난 2016년,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위한 도시포럼' 개회식 [사진=서울시 제공]


그래서 서울의 발전 양상과 이를 실현시키는 정책을 궁금해 하는 해외 공무원들이 무척 많습니다. 제가 만난 해외 공무원들도 서울시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시 정책을 탐구하며, 이를 자국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서울시의 우수한 역량을 수출하는 조직이 있습니다. 서울시정책수출사업단(SUSA)입니다.


 SUSA는 서울시의 우수 정책 해외 진출 지원 전담기구입니다. 서울의 다양한 가치를 원하는 해외도시를 위해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시행하고,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돕는 역할을 합니다. 현재 환승교통 시스템을 비롯한 여러 우수 정책사업이 해외에 적용돼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SUSA의 역할을 공적개발원조(ODA)라고 합니다. 개도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선진국과 중진국이 개도국에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합니다. 원조를 받는 입장이었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후 원조를 하는 위치로 발돋움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ODA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사진=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한 우리 문화 분야의 ODA 성과는 저조합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ODA 총예산은 2조2000억 원 수준인데 그중 문화영역은 133억, 전체의 0.6%로 미비합니다. 그간 우리 ODA가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개발 경험을 전파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한류로 상징되는 문화적 역량을 전수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문화 ODA는 타 문화권과의 지속가능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인류의 문화 다양성 증진에 기여합니다.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재자 위치에 있는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의 문화 ODA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다양한 방면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문화 ODA를 한류 10대 추진과제로 선정, 각종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화동반자는 개도국의 유망 문화예술인을 초청, 창작과 문화체험을 진행하는 문화연수사업입니다. 해외문화예술봉사단은 해외에 우리 전통예술을 개도국 현지에 전파하는 문화교류 사업입니다.


 최근에는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문화예술교육 ODA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ODA는 다른 영역과 달리 개도국과 지원국 간 문화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어 의미가 깊습니다. 2013년 베트남 소수민족 예술교육 전문가 파견을 시작으로 사진과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개도국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인도네시아에도 매년 ODA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문화 ODA는 초창기인 만큼 한계와 문제점도 엿보입니다. 무엇보다 소규모 단발성 사업으로 끝난다는 게 아쉬움입니다. 예산 규모가 1억 원에서 시작해 큰 정도가 10억 원대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개도국 문화예술인을 초청하거나 국내 예술인 봉사단을 파견하는 단기간 인적 교류 사업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개도국 현지 여건이 적절하게 고려되지 못합니다. 개도국의 지식수준 파악, 사업 경험 및 네트워크가 미흡하면 현지에 맞는 문화 ODA가 아니라 한류로 포장된 일방적 ‘문화수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문화동반자 사업 오리엔테이션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화 ODA는 단순한 원조가 아닙니다. 세계적 유행인 K팝을 전수하는 것도 아니오, 한류 수출도 아닙니다. 개도국이 필요한 문화적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먼저 개도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보호해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원국의 문화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개도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적 역량을 발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이제 세계의 선도국가로, 지원국으로 세계에 더 기여할 수 있는 ‘한국형 문화 ODA’를 선보일 때입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문화정책으로서의 ODA입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독특한 문화적 자산을 가지고 있는 한국입니다. K팝의 흥행은 한국 특유의 역동성, 선진화된 아티스트 양성 시스템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토대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문화정책에서 비롯습니다. 이제 우리는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개도국 문화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과 정책 수립 지원, 개별 사업의 프로그래밍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선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문화테크놀로지로서의 ODA입니다. 세계 최초의 5G 상용 국가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수준입니다. 최첨단 증강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미디어아트가 현재 예술 현장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한국의 아트 퍼포먼스를 개도국에게 알리면, 문화적 다양성과 기술의 우수성을 동시에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적 저력을 만방에 뽐낼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 ODA를 통해 한국이 세계 사회에 기여하고 개도국이 칭송하는 모범 국가로 도약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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