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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Oct 09. 2023

선물같이 찾아온 멜로디

가을 피아노 연주 앨범

9월 말부터 시작된 추석 연휴, 한글날이 낀 3일 연휴 등 많은 휴일이 몰려있었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이다. 크리스마스까지는 이런 연휴가 없다고 하니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월요일 휴일 오후다.


전부터 피아노 연주앨범을 내려고 했으나 곡이 마무리되지 않아 지지부진했다. 발매를 결심하고 작업했던 지난여름부터 지금까지의 결과는 완성된 여름 피아노 곡 3곡, 미완성된 2곡. 완성된 가을 피아노 곡 4곡과 미완성된 1곡. 계절 콘셉트를 잃지 않겠다는 강박과 무조건 5곡을 채워 발매하겠다는 강박이 만나 '지지부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실 한 달 전쯤까지는 거의 반 포기상태였다. 일단 여름 앨범부터 포기였는데, 핑계는 많았다.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계절 핑계, 갑자기 당첨된 청약으로 목돈이 빠져나가 경제적으로 이제 집에 집중해야 된다는 경제력 핑계,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결혼도 안 하고 음악을 해야 하냐는 사회적 나이 핑계까지. 아, 그리고 4월에 만든 2곡의 노래곡 중에 한 곡이 겨울에 발매될 예정이라 '아니 한 해에 노래곡 2곡 내면 많이 한 것 아닌가?'라는 현실 도피 핑계도 추가해야겠다.


어느 순간 손가락에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들면서, '이거 당장 피아노 연습하지 않으면 이제 평생 손가락이 안 돌아가겠는데?'라는 무서움이 엄습했다. 부랴부랴 예전에 잠깐 다녔던 성인 피아노 학원에 다시 연락해 연습실 사용권만 매일 연주할 요량으로 등록했다. 딱 한 달이었다. 한 달 동안 한곡을 완성해서 끝내자는 생각으로 등록했고, 유튜브에서 유심히 지켜보며 벼르고 있던 '4월, 파리에서'라는 곡의 악보를 다운로드하여 연습을 시작했다. 확실히 공간이 달라지니 집중도도 달라졌다. 그 집중은 딱 일주일이었다.


2주 차는 통으로 쉬었다. 회사 지방 출장과 야근이 잦아 못 갔다는 핑계를 나 자신에게 대며 가지 못했고 3주 차에 연습실을 가며 꼭 이번주는 매일 가겠다는 다짐을 했으나 역시나 지켜지지 않았다. 마지막 4주 차. 카톡으로 '이번주에 마감되니 연장하려면 전화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던 그날. 2주 동안 제대로 못 갔는데 무슨 연습이야 하면서 그저 돈 아까워 등록비 본전을 조금이라도 뽑은 요량으로 갔던 그날. 선물처럼 멜로디가 찾아왔다.


선물같이 찾아온 가을 피아노 연주곡 멜로디


막연하게 '여름 피아노 앨범은 물 건너갔으니 가을 피아노 앨범을 내자.'라고 마음먹었었다. 맥북을 뒤져보니 아주 예전에 만들어 놓은 곡과 멜로디만 스케치한 악보들이 책장에 꽂혀있었다. 그래, 이걸로 한번 만들어보자 하며 들이댔지만 막상 5곡을 채우려 하니 그 구성이 알차지 못했다. 그저 그런 뉴에이지 풍 피아노 연주곡은 딱 질색이었는데, 그 시기에 갑자기 멜로디가 찾아온 것이다. 하늘이 참 맑았고 몸상태는 축 처지지도 않고 들뜨지도 않았던 딱 평균이었다. 에어컨 바람은 시원했고 그날따라 내 마음도 평온했다. 모든 게 잘 될 것 같던 그런 날 찾아온 멜로디 때문에 한 곡이 완성되었고 아마 가을 피아노 앨범을 내게 된다면 타이틀 곡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곡.


가을은 찰나라서, 얼른 내지 않으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사실, 2년 전 발매했던 봄 피아노 연주 앨범은 이런 내 게으름 때문에 4월에 발매했었다. 곡은 도망가지 않는데. 중요한 건 내 마음인데. '가을' 콘셉트만 빼면 사실 언제라도 낼 수 있는 것이 앨범인데. 그러나 어찌 되었든 피아노 연주 앨범은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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