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12PM Release
Track 04 이제야 말하지만
너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소리 없는 뒷모습
이 곡은 진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좀 더 들어가자면, 진심과 다르게 나오는 표현들로 힘들어하는 모든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곡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브릿지 전까지의 부분, 메이저의 8마디와 마이너의 끝없이 올라가는 음들은 진심과 표현의 간극을 나타냅니다. 아니면, 내 진심을 알아달라고 소리치는 절규일 수도 있겠네요.
꼭 사람들에게 들려져야만 음악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든 사람은 어쨌든 만들 때 들어야 하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다른 사람에게 들려지지 않는 곡이라면? 최근 모차르트와 쇼팽의 미공개 곡이 세상에 공개되어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들려지지 않았고 악보로만 존재했던 그 곡은 들려지지 않았던 그 수백 년의 시간 동안은 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들려지는데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작곡가의 음악적 성취, 음악에 대한 진심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곡은 음악적 가치를 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들어진 그때는 들을 수 없을, '쇼팽의 신곡발매'라는 요즘의 표현과 맞물려 더욱더 그 가치가 빛날 수 있었습니다.
진심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내가 간직만 하고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진심이 바래질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빛날 것입니다. 비록 그 진심의 상대가 몰랐을지라도 누군가는 그 진심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진심은 나라는 그 자체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서 묻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심의 상대가 사람이든 목표이든 사물이든, 진심을 다한 시간은 그 자체로 빛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당장은 그 상대에게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죠. 그게 사람의 본능이고 그것 또한 진심의 한 부분입니다. 진심은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입니다. 그래서 진심은, 감정의 가장 마지막에 나옵니다. 진심을 확인하기까지, 깊숙한 심연에서 스멀스멀 떠올라 밖으로 표출되는, 그 지리한 시간을 버틴 사람에게만 허락된 곱고 소중한 진심. '이제야 말하지만'은 그 진심을 결국 말하기 전 붙여볼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부사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두서없이 적었지만, 진심을 말하기 전의 Intro. 이 곡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