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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Nov 11. 2024

가을을 담아 ep5. 가을의 노래

2024.11.12. 12PM Release

Track 05 가을의 노래

그럼에도 우린 살아간다. 가을은 겨울보다 일찍 다음을 노래한다.


피아노로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만들고 연주한 곡입니다. 중간중간 실제로 호흡하듯이 빈틈을 주고 주제가 넘어갈 때의 아티큘레이션(레가토)을 최대한 활용해보았습니다. 사실 가장 연주가 아쉬운 곡이기도 합니다. 실제 녹음할 때는 Db키보다 반키 높은 D의 소리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연주하기도 편해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결국 원래대로 Db으로 밀고 갔습니다. 검은 건반을 연주할 때의 조심스러움이 소리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반키 높여서 더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연습할 땐 몰랐던 느낌이 왜 녹음할때서야 나타났을까요.


사실 이 곡은 제가 가장 아끼던 곡입니다. A에서 B주제로 넘어갈 때의 느낌은 지금도 '내가 만든 곡이 맞나?' 싶을 정도의 감동입니다. 제가 제 곡을 소개할 때 '감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에게도 낯뜨거운 일이지만 처음 이 곡을 만들었을 때는 그랬습니다. 난, 계속 곡을 만들긴 해야겠구나, 라는 다짐도 해봤을정도였습니다.


이 곡은 희망을 노래한 곡입니다. 가을은 저물어가는 계절입니다. 겨울은 오히려 봄을 준비하는 계절이고요. 내려가는 온도, 떨어지는 낙엽, 움츠러드는 몸과 차분해지는 마음. 이 모두가 하강의 느낌과 닮아있습니다. 여름동안 바깥에 내놓은 마음을 다시 주섬주섬 주워 차곡차곡 정리하는 계절.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군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미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희망을 찾고 겨울동안 새해의 시작, 봄의 피어남을 준비하는 계절. 처음부터, 가을을 담은 이 앨범의 가장 마지막곡으로 싣고 싶었습니다.


어설픈 연주지만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곡에 대한 내 마음만큼은 진심입니다. 그 진심이 연주실력에 고스란히 녹아들지는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다소 감상하기 힘들정도로 박자와 터치가 엉망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앨범이 끝이 아니기에, 과정이라 생각하고 과감히 수록하고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깊어진 가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읽는 고마운 여러분들께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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