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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백수고모 Jun 09. 2021

왼손잡이의 실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아차 싶었다.

백신. 매년 독감 백신을 맞으라는 소리를 엄마가 하시지만, 따로 살고 부터는 그렇게 1년에 한 번 챙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시대에 맞아야 하는 백신은 좀 다르다. 

그래도 맘편하게 살고도 싶고, 어서 마스크도 벗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맞아야 한다. 나는 아직 맞아야 하는 나이는 아니지만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빨리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정말 신분증과 스마트폰만 들고 냅다 뛰었다. 

체온을 재고, 백신 문진표를 작성하고 의사선생님과 먹고 있는 약에 관한 얘기를 하고. 

그 다음 주사실에 가서 백신이 들어간 주사를 사진을 한장 찍은 다음 왼팔에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은 뒤 15분 정도 병원에서 상황을 보고 귀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은 병원을 나서자마자 시작됐다. 물론 오른손도 많이 쓰기는 하지만 나는 본래 왼손잡이다. 초등학교 2학년에 들어가서 왼손으로 쓰던 글씨는 오른손로 바꿨으니 초기에 배웠던 다양한 것들을 왼손으로 한다. 스마트폰도 왼손으로 들고, 쉽게 손이 닿고 들고 자르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왼손에 의해 이뤄진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기 때문에 실제로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모른다. 


엄마한테 "나 왼팔에 백신 맞았어!"란 소리를 하자마자 "아니 왜 그랬어"란 말이 돌아왔다. 엄마는 내가 며칠 불편하게 지내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아셨다. 내가 왼손으로 참 다양한 것을 하는 것을 아는 주요인물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무심했던 내 왼손과 왼팔의 쓰임에 대해 이번 기회를 비로소 새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일단 칫솔질을 못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글 쓰기보다 먼저 배운 칫솔질. 글쓰는 손 바꾸란 사람들은 내 칫솔질을 지적하지 않아 그대로 왼손으로 칫솔질을 한다. 칼도 가위질도 못한다. 이건저건 내미는 손은 왼손이다. 의식하고 오른손으로 들어보지만 피로감이 쌓였다. 아직 하루밖에 안지났으니까 조금씩 움직거리다보면 익숙해지지나 않을까 싶다. 혹은 또 모른다. 오른팔에 맞았을 경우의 불편함 말이다. 다음번에 맞은 때는 잊지 말고 오른 팔에 맞을 생각이다. 적어도 집에 와서 칫솔질은 할 수 있을테니까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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