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실 Sep 25. 2023

간섭과 조언, 말에 무게를 두었으면 좋겠다

 나는 조언을 구한 적이 없다. 물론 간섭도. 단지 내 선택을 알렸을 뿐이었다. 근데 내 선택을 알리자마자 끝없는 간섭이 이어졌다. "돈 모을 생각이 없구나, 네 경력이 좋은 것도 아니지 않냐. “ 그의 질문에 나는 "그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가치관이 달라서 둘 다 만족할 만한 시원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대화하는 순간, 왜 내가 이유를 줄지어 말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했다.


 물론 어떤 걸 걱정하는지는 안다. 다만 선이 넘었다고 생각했다. 무슨 근거로 상대방의 경력을 무시하고 돈을 외면한 적 없다는데 자꾸 외면한다면서 타박받아야 하는지 조금 어이없었달까. 일이 힘들어 힘에 겨울 때 내 마음을 잡아줬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고마웠고 좋은 일과 안 좋은 일 모두 나누면서 평생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근데 위의 대화의 끝에 “이 선택으로 인해 생긴 징징과 하소연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말이 조금 충격이었다. 그냥 선택을 선택으로만 들어줄 순 없었던 걸까. 물음 없는 말에 느낌표가 담긴 답을 들으니 조금 씁쓸했다. 대화하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내 선택을 번복할 만큼 영향을 받진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릴 때가 있었다. 가치관이 없었기에 최대한 실패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실,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명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일하면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얻게 된 자존감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만족하지 않고 외면했던 나날들과 달리 내가 나를 인정해 주니 자존감이 올라갔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마다 내게 말했다. "진짜 열정이 넘치는 것 같아요." 나를 제대로 봤다. 나는 내가 속한 곳이 잘 되었으면 한다. 근무 시간에 딴짓하면 마음이 불편했고 잘하고 싶어서 의견도 많이 내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라기보다 그렇게 해야 내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가장 젊은 이 시기가 쓸데없이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근데 그 마음이 조금씩 닫히고 있음을 느낀다. 열심히 할수록 힘이 겨웠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회사를 그만둔다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눈을 좀 더 높여볼까? 나는 내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 월급이 적당한 걸까? 너무 많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늘 돈 앞에서 주눅 들었다. 그렇게 주눅 들기에 늘 가고 싶은 회사는 내가 발 디딜 수 없다며 쉽게 포기했다. 회사뿐만은 아니었다. 취미를 가져도 나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젠 나니까 가능하다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서 하나씩 해나가려고 한다.


 일단, 글쓰기가 첫 시작이었다. 감사하게도 <저는 늘 막내입니다> 독립출판 전자책 제안이 들어왔다. 밀리의 서재, YES24, 교보문고 등 온라인에서도 사람들이 내 책을 읽을 수 있다. 아마 글은 내가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외면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을 거다. 글쓰기 외에 기타, 영어, 운전 등도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걸 알았다.


 난 내가 보낸 시간이 아깝지 않다. 모든 선택엔 이유가 있었고 그에 따른 보상과 후회가 있었기에 배운 것도 많았다. 그 과정이 있었기에 조금씩 가치관이 만들어졌고 위에서 말한 말을 들어도 내 선택을 번복할 만큼 자존감이 낮지도 않다.


 돈, 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모으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 경영악화로 회사에 그만두게 됐다. 약 3개월 정도 월급이 밀렸을 때 알았다. 내 생활의 안정감이 중요하다는 걸. 월급이 밀린 이후로 돈을 나눠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식비, 미래, 취미, 생활비, 여행 등. 여행비가 어느 정도 모였을 때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봤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올해 초에 일본 여행이 다녀온 게 전부다. 그런데 이미 내가 자유로운 이미지로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었는지 "또 가?" 라며 고개를 저은 사람도 있었다. 반면 "부럽다" 혹은 "어디로 가?"라며 내 선택에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거나 반응해 준 사람들도 있었고. 또 가?라고 물으면 응 또 가!라고 말했다.


 "부러워서 너도 따라 하냐?"는 말도 들었다.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들 뭐가 잘못된 건가? 왜 상대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잘못된 길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지 모르겠다. 30살 넘어서 뭘 그런 선택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많지만 30살이 뭐 대수인가. 자꾸만 나이로 매뉴얼을 만들고 거기에 벗어나면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건 언제쯤 사라질까. 난 누군가에게 나를 책임지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만한 깜냥도 되지 않는다. 난 지금까지 나를 잘 지켜왔고 앞으로도 잘 지켜낼 자신이 있다.


 내 일상에 변화를 만들고 싶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이 마음을 외면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망나니로 산다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건데. 내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리러 갈지 기대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지레 겁먹고 피해 다닌다면 오히려 더 후회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가치관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 가치관에 따르는 게 좋다고 믿는다. 나는 겁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적당한 겁이 내가 현재와 이성의 간격을 좁혀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기분 나쁜 말도 여기까지. 잊고 나는 내 일이나 해야겠다.


잔나비 ‘외딴섬 로맨틱’ 아래 가사를 좋아한다.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지

거긴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그래 넌 두 눈으로 꼭 봐야만 믿잖아

기꺼이 함께 가주지

이대로 이대로

더 길 잃어도 난 좋아

노를 저으면 그 소릴 난 들을래


먼 훗날 그 언젠가

돌아가자고 말하면

너는 웃다 고갤 끄덕여줘

참 아름다운 한때야

오 그 노래를 들려주렴


잘못된 길이라는 걸 알았을 때든 가다가 지쳐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든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


PS.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인플루언서랑 소통을 많이 하는데, 뭔가 말할 수 없는 현타가 왔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여기 블로그도 많은 관심 바라요 :-)


https://blog.naver.com/maesil_dahye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하면 엄마랑 안 싸울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