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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Dec 29. 2023

혼자가 편했는데 이젠 둘이 좋아졌다

 다낭으로 여행을 갔다. 홍콩에서 돌아온 지 삼 주 만이었다. 일 년에 두세 번은 여행 가고 싶어서 매달 이십만 원씩 여행 적금을 들고 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여행을 떠났고 다시 돈을 채우며 다음 여행을 준비했다. 나와 타협한 결과였다. 예전엔 일을 그만두면 여행을 떠났다. 의도한 건 아니었고 삶이 무료해서 여행을 찾았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답을 찾지 못해 방황했달까. 지금은 여행의 개념이 달라졌다. 방황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냥 '나'자신이 궁금하고 세상이 궁금해서 떠나는 쪽에 가깝다.


 최근에 간 홍콩은 코로나 19 이후로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었다. 경영악화로 월급을 받지 못해 많이 예민해졌고 개인적인 이유로 마음고생도 심했다. 힘들었던 때를 잘 보내 주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 누군가의 간섭 없이 오로지 잘 쉬고 오는 게 목표였다. 목표는 잘 이뤘다. 다만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여행보다 관광하고 온 느낌이랄까. 도시의 분위기가 나랑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심심했던 게 좀 더 컸다.


 다낭 여행은 남자친구랑 갔다. 처음으로 같이 가는 해외여행이라 걱정도 됐다.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거나 싸우게 되면 남은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다행히 내 걱정과는 많이 벗어났다. 작은 거 하나에도 신나 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고 계산 없는 배려에 감동받기도 했다. 좋은 순간을 공유하고 맛있는 걸 나눠 먹었을 뿐인데 그동안의 여행이랑은 다른 기분이었다.


 좋은 걸 나눈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순간이 있다는 게 이렇게 든든하고 기분이 좋은 거구 나. 랍스터를 먹는데 살 부위를 내게 주고 남자친구는 살이 별로 없는 부위만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맛있는 부위를 나눠줬다. 별거 아닐 수 있는데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본인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을 텐데, 상대에게 먼저 주는 마음은 뭘까. 남자친구랑 있으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물론 100% 맞는 건 아니지만 남자친구라만 어떤 일이 있어도 잘 헤쳐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나를 아끼는데 나만큼이나 나를 아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든든했고 나 역시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날 때 헤어짐을 염두해 준다. 완벽하게 내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다. 지금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그랬다. 근데 여행 이후에 남자친구랑 또 여행 가고 싶었고 계속 같이 놀고 싶어졌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낯간지러워하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그 배려에 삶의 안정감을 느꼈다. 혼자의 시간과 함께의 시간을 잘 보내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조금씩 혼자인 시간보다 함께 있는 시간이 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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