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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밝은랑 Mar 22. 2016

그녀의 Dinner Time #3.2

홍콩에서 도착한 메일


행사시간, 

백합 다발이 도착했다.


풍성하게 만개한 하얀 백합은 우아했고

지나간 자리에는 그윽한 향만 남았다.

'백합향' 방향제와는 전혀 달랐다. 



어머 정말 예쁘게 잘 폈네요.

사실 걱정 많이 했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메일 속의 커플이 등장했다.

 

내가 프러포즈를 하는 것도 아닌데

주책 맞게 두근두근 했다.


그는 가방에서 인형을 하나 꺼냈다.

종이로 만든 토토로 모형이었다.

여자친구와 여행하는 내내

구겨질까 노심초사했을 모습이 떠올랐다.




Awww. That is sweet.

설마 직접 만든 거예요?


네. 직접 만들었어요. 홍콩에서 가져왔어요.

그녀는 토토로를 좋아하거든요.

인형과 함께 프러포즈를 할 거예요.


백합은 정말 예쁘게 잘 폈어요.

힘내요!




백합에 코를 파묻고 숨을 들이켰다.

기분 좋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고마워요. 으으 긴장되네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콩에서부터 준비한 시간이 드디어 왔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만개한 백합처럼

그들의 마음도 화사하게 만개하겠지?






그가 방에 들어선 순간

나의 바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가장 간지럽고

가장 소중하고

가장 예쁜 순간이 눈 앞에서 흘러간다.

그 행복이 나에게도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사실 너무 부러웠다.

가방에 고이 가저온 토토로 종이 인형도 부럽고

그대가 가장 좋아하는 백합을 받은 것도 부러웠다.


에메랄드 상자보단, 빨간 상자보단

그대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선물이

그만큼 그대를 알고 있다는 표현 같아서

더욱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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