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꽃다발이 화분보다 좋다.
꽃다발이 아닌
커다란 꽃 화분을
선물하던 손님이 있었다.
잘린 꽃보단
뿌리가 있는 화분이
오래가잖아
살아있는 꽃을 즐길 수 있다.
다음 해에 다시 꽃을 볼 수도 있다.
그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살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화분을 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려했던 꽃은 떨어진다.
적당한 햇볕과 물이 없다면
그 튼튼한 뿌리가 있다 한들
결국에 시들 것이다.
색은 조금 바래도
오랫동안 보고 싶다.
그래서 절화가 좋다.
가장 화려한 모습일 때
꽃줄기가 싹둑 잘려
절화가 되었다.
수분기 없이 바짝 말려
시들 것 같은 순간이 오기 전
그 시간 속에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수년이 지난다면
진했던 향이 아닌 마른 꽃 향기만 남겠지.
선명했던 색은 온데간데없이 빛바랜 모습이겠지.
이젠 기억을 달래 줄 마른 꽃으로 곁에 남겠지.
이젠 더 이상 물을 줄 수 없지만
무의미한 물은 그만 거두고
가장 예뻤던 모습으로 곱게 말려 간직하련다.
그래서 절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