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다양한 변주

DAY6의 You Make Me

by 달수

2021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 중 하나이다. 그리고 2년쯤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노래의 도입부만 들어도 무언가 묵직한 것이 마음속에 자리잡는 기분이 든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 노래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많이 애정하는 곡인 만큼, 이 곡에는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




(1)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사랑’이 있기에 이겨낸다


벼랑 끝에 선 채로 끝인 것 같아도
아직도 난 여기 있어
주저앉지도 않은 채로 두 발 땅에 딛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이 노래는 ‘벼랑 끝’부터 제시한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낭떠러지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겨낸다면 아름답겠지만, 세상은 늘상 곱게 해결해주는 공간이 아니다.

다만 그저 견뎌낼 뿐이다. 좌절할 만한 상황 속에서도 ‘안간힘’을 쓴다. 온 힘을 다해서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잡아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네가 없었다면 다 불가능할 거야
지금의 난 있지도 않을 거야
너라서 날 일으키는 거야
So I’m alright 이렇게 버티잖아
한 발짝 한 발짝 발걸음을 이어 가
한 발짝 한 발짝 무거워도 이어 가

전부 ‘너’가 있는 덕분이다.

‘너’가 있기에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외롭고 거칠 뿐인 세상에서 견딜 수 있는 힘의 근원이자,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이다. ‘너’가 있기에 ‘나‘가 가능했다.

놓지 말아 줘 네가 있다는 게
나에게는 마지막 희망 한 줄기의 빛이니까
붙잡아 줘 살아 있다는 게
두렵고 버겁긴 하지만 견딜 수 있어
오로지 너의 그 사랑이 있다면

그렇기에 ‘너’를 갈구한다.

그저, 단지, 오로지 ‘너’의 ‘사랑’이 있다면 두려움이란 감정은 별거 아니다. 사랑이 있기에 삶이 있다. 이 노래에서는 오랜 인생의 근원에 사랑이 있음을 거듭 말한다.


모두가 다 각자의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애정,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연인간의 로맨스, 사소한 것들에도 폭소할 수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 털을 뿜어내는 작은 반려동물들과의 교감 등등- 형태는 저마다 상이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품고 있음에는 분명할 수많은 사랑들이 우리 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지금’이 있다.




(2) 왜 You Make Me인가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은 ‘사랑이 있다면’이었다고 한다. 후렴구의 일부로서 여러번 반복되는 만큼, 노래에 대한 포괄적인 요약이 가능한 어절이기야 하다.

실제로 데이식스 노래들은 후렴구에서 제목을 따오는 경우가 많다. 데뷔곡인 Congratulations은 물론이고, 데이식스의 메가히트곡인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역시 마찬가지이다.

본질에 충실한 거라고 생각한다. 후렴구만큼 그 노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들은 많이 없다.


그러나 You Make Me는 다르다.

노래 전체에서 You Make Me라는 문장은 1분 47초에 딱 한 번 등장한다. 다른 가사들과는 혼자 뚝 떨어진 채로, 1절과 2절은 연결하는 다리 위에 놓인 짧은 문장일 뿐이다. 그리고 이 제목은 궁극적으로 이 노래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당신이 나를 만듭니다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네가 날 완성한다는 것인가.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것인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상황에 대해서도 오만가지의 설명이 가능하다.

그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변주로써 ‘당신이 나를 만듭니다’라는 말을 인식했다.


다양한 사랑 고백의 말들이 있다. 경희대 김상욱 교수는 ‘너를 만나기 위해 공룡이 다 멸종했어.’라는 말로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로맨스의 기준은 사람마다 상이하며, 저마다의 방식대로 사랑이 구축된다. 겉모양이 다를 뿐이지, 결국 ‘사랑’이라는 본질은 다 같은 것이다.


다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흔하다. 본질이기에 더 지루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전을 펼쳐두고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말로, 더 훌륭한 단어들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고백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선물을 개성 넘치는 포장지로 감싸고자 하는 이들의 정성의 결실이다. 그들은 나만 할 수 있고 너의 마음만을 울릴 수 있을 문장들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사진 출처 JYP Ent.


사랑이 있다면은 어쩌면 조금 식상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You Make Me라는 변주는 노래 전체를 패러프레이징하며 이 노래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건 또 어떤 달콤한 고백일까 끊임없이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이유이다.


원래의 제목 대신, You Make Me라는 제목을 데이식스에게 제안한 박진영 PD의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3) ‘사랑’을 잘 아는 싱어송라이터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며,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랑이라는 것을 하는지에 대해서, 100명이면 100명-800명이면 800명 전부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랑을 주제로 아름다운 시를 몇 편이고 써낸 셰익스피어가 환생해서 돌아와도 불가능하다.


다만 스스로 깨우쳐야 할 것이다. ‘왜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배경지식도 어느 정도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직접 해보며 깨닫는 것만큼 사랑의 당위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죽을 만큼 아프고 상처 받더라도 사랑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오로지 경험으로서만 깨우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JYP Ent.


태초에 인간은 불안을 타고난 존재이다. 인생은 불안의 연속일 뿐이다. 어찌 보면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수많은 70억 중 하나일 뿐인 우리가, 천문학적 단위로는 먼지보다도 조그맣다는 우리가, 그렇게 하잘 것 없는 존재인 주제에 이렇게까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한 불안과 무력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의미’를 제공한다. 살아갈 수 있는 직접적인 무기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살아가게끔 ‘영감’을 안겨준다. 소소한 행복을 알려준다. 닿아있고 싶다는 욕망을 일깨워준다. 비로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또 그 감각을 통해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다.


사랑에는 이런 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산다. 신기한 일이다. 사랑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데, 그 가치에 비하면 대단히 평가절하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You Make Me’라는 노래는 그러한 사랑의 힘을 데이식스만의 용어로 담았다고 생각한다. 만든다는 말이 못내 좋았던 이유는, 그 어느 것도 나 혼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꽤 많지 않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기에 우리는 매일 매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랑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만들고 불렀다는 생각에, 이 노래에 더 애정이 간다.





우리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나를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랑이 있는가.


세상은 언제든지 사랑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곳이다. 어떤 방식으로든간에, 우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사랑할 수 있다. 누구든지 사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린 모두가 공평하다.

사랑을 불려나가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함으로써 사랑을 쟁취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랑인 줄 몰랐던 것을 사랑이라고 재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말마따나, 무엇을 사랑하는지보다도 내가 ‘잘’ 사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 방식대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늘려나간다면, 그야말로 사랑이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랑이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내 인생을 어떻게 귀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존엄을 이행하며 잘 살아가고 싶다면 결국에는 사랑을 해야 한다.

생각만큼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랑한다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므로 작은 것부터 사랑해보는 거다. 귀에 익도록 들은 한 편의 음악이어도 좋고, 겉바속촉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금빵이어도 좋다. 뭐든 좋으니 그것을 사랑하며, 그 안에서 유희를 느끼며, 이 세상이 결코 힘들지만을 않다는 걸 잊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므로, 사랑하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사랑하며 살아가자. 보잘 것 없는 사랑은 없으니, 그 자체로 귀하디 귀한 사랑이란 걸 영위하면서 나 자신을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