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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11. 2016

15. 들이친 비와 추위

 골조 작업이 끝난 이후 한 동안 공사가 멈췄다. 그렇게 보였다. 주된 원인은 창호 시공이 늦춰졌기 때문이다. 창호 시공이 선행되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와 외부 마감이 대표적이다. 병행 가능한 것도 있지만 순서대로 진행해야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처음 계약된 기본 창호보다 좀 더 나은 사양을 원했다. 아내는 창호 사양 변경으로 전체 공사 일정이 늦춰질 것을 미리 걱정해서 골조 공사가 끝나기 전부터 창호 견적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견적은 차일피일 늦어졌다. 현장소장의 말은 견적이 너무 비싸게 나와서 우리에게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업체에 다시 요청했다 한다. 그렇게 해서 골조 공사가 끝나고 한참 후에야 창호 견적을 받아보게 되었다. 받아본 견적은 기본 사양 대비 700만 원 가까이 추가 비용이 필요했지만, 난방과 관련된 것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문이 밀렸는지 창호가 시공되기 까지 또 한참이 걸렸다. 그 사이 전기 공사, 난방 배관 공사들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어 공정이 조금 멈췄다. 창호가 시공되어야 석고보드, 도배, 장판 같은 내부 마감이 가능하였다. 


 그동안의 가뭄을 보상하듯 잦은 비가 늦가을을 적셨다. 목조 주택은 삼대가 덕을 쌓아야 골격을 세울 때 비를 맞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가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다. 나무 골격이 비를 맞으면 말려야 된다. 젖은 채로 마감을 진행하면 곰팡이 같은 하자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올해 여름과 초가을에는 가뭄이 뉴스가 될 정도로 비가 없었다. 덕분에 우리 집은 비 한 방울 안 맞고 골조가 세워졌다. 그런데 문제는 골조가 세워진 채로 꽤 오랜 기간 그대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 늦가을과 초겨울에 잦은 비를 맞았고 가끔 눈도 맞게 되었다. 방습지를 덧댄 상태여서 조금은 안심이 었지만, 속이 상한 건 뻥 뚫려있는 창문틀로 비가 들이치는 것이었다. 창문 공간으로 비가 들어와 내부 벽채를 적셨다. 방통을 친 바닥까지 젖었다.

 더 비참한 부분은 테라스였다. 테라스 바닥은 방수 공정을 앞두고 방습지 마저 없이 발가벗은 채로 비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그 테라스 밑은 1층 다용도실이었는데 다용도실이 빗 물로 가득 찼다. 안타까웠다. 초겨울 추위는 젖은 테라스를 얼려버렸다. 마를 새도 없이 얼었다. 


 현장 소장이 너무 바빴다. 우리 집 말고도 맡은 집이 여럿이었다. 케이블 방송에 집짓기 관련 예능프로도 준비해야 했고 건축 박람회 준비도 해야 했다. 창호가 늦어지면서 현장소장으로부터 우리 집은 소외된 기분이었다. 방치되었다. 결국 우리는 현장 소장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늦은 대응이었지만 이제 비가 오기 전 날에는 방습지가 없는 테라스와 베란다를 비닐 천으로 덮어 씌웠고, 빛이 있는 날에는 걷어서 말리는 일을 반복하게 되었다. 우리는 수시로 일기 예보를 확인하여 현장 소장에게 날씨를 알렸다. 물론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비를 신경 쓰고 있는지 알리려는 목적이 컸다.


 우리는 목조 골격이 비와 눈에 방치된 것에 단단히 화가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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