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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16. 2016

23. 편지함

 아내가 요 며칠 편지함을 사겠다며 웹서핑을 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편지함 하나 사놓으라고 말했었단다. 생각해보니 현관까지 들어와서 편지를 두고 가야 하니 불편할 만했을 것 같다. 아내가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가 어느 주말에 내게 그냥 만들자고 한다.


 "재밌는 일 시켜주니 고맙지?"


 아내의 너스레였다. 그런데 정말 내가 재미를 느끼는 걸까? 망설임 없이 편지함 이미지를 대충 그리고 바로 만들기에 나섰으니 말이다. 재료는 울타리를 만들고 남은 방부목들이다. 대충 그린 이미지대로 역시 또 대충 재단을 했다. 정교함이란 눈곱만치도 없다.


 그리고 또 대충 이어 붙였다. 그 사이 눈이 오기 시작했다. 눈이 살짝 내려앉으니, 내가 만든 편지함이 순간 예뻐 보이는 착각도 들었다.

"에고, 돈 주고 사는 게 낫겠다. 허접해 보인다."

"응? 난 괜찮은데. 잘 만들었네."

'그래 볼품없어도 넌 이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집 편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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