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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Mar 25. 2016

24. 다시 또 봄

 이제 2016년의 봄이 왔다. 마당 있는 집을 구하자고 마음먹었던 때가 지난해 봄이었으니 우리의 집짓기 여정은 거의 일 년 동안이었다. 돌이켜보면 겁 없이 달려들어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나고 또 아물길 반복하며 꾸역꾸역 잘도 걸어왔다.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매번 기쁨과 설렘이란 커다란 보상을 받았다.


 집터를 찾았을 때, 시공사를 선택했을 때, 설계를 완성했을 때, 골조가 마무리됐을 때, 아파트가 팔렸을 때, 집이 다 지어졌을 때, 울타리를 다 만들었을 때. 하나하나 모든 과정이 다 힘들기도 했지만 또 즐거웠던 여정이었다. 이제 다 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사이 어수선했던 우리 집은 조경을 마무리하면서 정돈되고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 사이 크고 작은 집의 하자도 큰 소리 작은 소리 내가며 대부분 보수되었다. 집 짓기라는 첫 번째 목적지에 다 왔다.

 


 

 이제 누리자.

 작은 마당이 있는 우리 집에서의 삶을.


 올해 6살이 된 첫 째 아이가 별을 좋아한다. 아니 잠자기를 싫어한 것인지 모르겠다. 일찍 재우려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제쳐두고 다 함께 별을 보고 와서 자자고 조른다. 못 이기는 척 네 식구가 다 같이 다락방 그물에 올라가 눕는다. 커다란 천창 너머로 별을 찾아 서로에게 알려주기 바쁘다. 설계할 때 상상한 모습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지난 주에는 작은 마당에서 아는 분 식구들과 조촐한 바비큐 파티를 했다. 고기를 굽는 동안 아이들은 뛰놀았다. 엄마와 함께 텃밭에 씨도 뿌렸고, 어느 때는 모래 장난을 쳤다. 어른들 성화에 잠시 테이블에 앉아 고기 한 점씩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다 또 뛰쳐나가길 반복했다. 그런 아이들을 꾸짖다가도 금세 흐뭇했다. 이제 일상이 되어버릴 이런 풍경이 눈을 채웠고 잘 익은 고기가 배를 채웠다. 곁들인 맥주는 알코올로 내 머릿속을 잔잔하게  채웠다. 흐뭇한 광경, 적당한 포만감, 기분 좋은 약간의 혼미함이 내 마음을 구름 위로  띄웠다.


 이번에 심은 나무들이 잘 커서 넓은 그늘을 드리우면, 그 그늘 밑에서 앉은 듯 누운 듯 의자에 늘어져 가벼운 주제의 책을 읽는 듯 자는 듯해보고 싶다. 머지않았겠지?


 우리 아내가 지난주에 심은 갖가지 채소가 잘 자라면 올해 초여름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쌈밥을 먹을 수 있겠지.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이제 부지런해지자.

 아파트에 살 때 보다 집에 신경 쓸 일이 많다.


 전지가위로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잔디도 다듬어야 할 것이며 작게 마련한 텃밭도 일궈야 하고, 나무들이 탈없이 뿌리내리라고 물도 잘 줘야겠다. 또 울타리도 보수하고, 우편함의 벗겨진 칠에 덧칠도 해야겠다. 아주 가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뚜닥뚜닥 목공일도 조금씩 하게 되겠지. 아마도 집을 관리하는 일은 끊임없을 것 같다. 자연스레 아파트에 살 때보다 많이 부지런해질 것이다.

 


 

이 집과 이 안에 사는 우리 가족은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 나의 든든한 베이스캠프이며, 버팀목이고,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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