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부부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주말 아빠라니! 주중에 아빠 없이 지낼 아이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짠-했다. 6살, 8살. 아직 어린데,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한창 졸라 댈 애기들인데 말이다. 또 아내는 주중에 독박 육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미세먼지를 피하려고 이렇게까지 떨어져 지내야 되나? 이런 의문 속에도 생각의 끝은 결국 '아이들이 미세먼지를 덜 마시는 게 낫다'이다. 아이들이 아빠를 며칠씩 못 보더라도 감수할 생각이다.
대신 아이들이 아빠의 부재를 최소로 느끼도록 애쓰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주말에 머무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늘리고 싶었다. 금요일 오후에는 아빠가 퇴근하는 모습을, 월요일 아침에는 아빠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주일 중에 금, 토, 일, 월요일 이렇게 4일 동안은 아빠와 함께 지냈구나 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바람은 회사의 도움과 상사분의 이해로 가능하게 됐다. 제주로 이사해서 주말 부부를 하려는 나를 이해해줬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일주일 동안 야근 특근을 포함한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힘 있게 추진하던 시기였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이런 제도를 잘 따랐고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까지 실시했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고 해야 할까? 운이 참 좋게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동료들의 이해 아래 출퇴근 시간을 내가 바라던 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제주에서 할 일을 언젠가 새로 찾겠다'라는 말은 회사에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내 예상보다 꽤 오래 지금의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월급 받는 동안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1주일 단위로 제주를 오가는 일이 회사에 티가 나면 안 된다. 물론 월요일과 금요일의 출퇴근 시간은 티가 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업무적으로는 표 나면 안 된다. 오히려 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부담감으로 밀려왔지만 '어디 한번 해보자'라고 다짐해 본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할 소중한 시간이고, 주중은 일에 집중해야 하는 치열한 시간이다. 이렇게 해서 내 일주일에는 소홀한 시간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살겠노라'라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주말 부부의 삶이 이제 막 시작될 참이다. 뭐. 나는 사람인지라 자연스레 나태해져 가겠지만 그래도 중심을 잡아줄 초심이 있어야 그 나태함으로부터 다시 돌아올 회복성이 생기겠지! 그런 의미에서 '1주일을 꽉 채워 살겠다'는 이 각오가 주말 부부 생활에 임하는 나의 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