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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눈 Oct 28. 2019

5. 이사

    곧 해가 바뀌면 우리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입학일 전에 새 보금자리로 이사하기로 했다.


    이사 전에 할 일 중 하나는 주중에 서울에서 내가 지낼 작은 월세방을 찾는 일이었다. 홀로 지낼 월세방에는 큰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에 길어야 네 밤 자고 남은 세 밤은 안 자는데 한 달 사용료를 다 내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방이 클 필요도 없었다. 몸 하나 눕힐 공간에 계절 옷 몇 개 둘 정도면 충분다. 그래서 출퇴근하기 편하면서 작 싼 곳을 구했다. 이렇게 구한 방은 총각시절에 지내던 자취방보다 허름했다.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후에 이런 허름한 원룸에서 지내게 될 줄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생각에 잠깐 헛웃음이 났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전개가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선택의 누적이 곧 삶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일상에서 선택하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내 삶이라는 전체 그림을 완성시키는 붓질이 된다. 비록 내세울 것 없이 평이한 삶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번처럼 재미난 선택을 차츰 하다 보면 앞으로 그려지는 인생 그림은 전보다는 좀 더 생동감 있고 역동적으로 되어가지 않을까? 익숙해진 편한 일상에 안주하며 지내온 지난날들을 아쉬워하며 앞으로 다가오는 날은 보다 더 다채로운 모험들로 채워지길 바라본다.


    이듬해 2월 목표대로 제주로 이사했다.


    이사 당일, 짐을 화물차에 실어 보내고 우리 가족은 곧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제주공항에서 하루 전 보내 둔 차를 찾아 타고, 새 보금자리를 향해 달려갔다. 시내를 벗어나자 달리는 차 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섬의 풍경이 참 낯설다. 바다. 낮게 이는 파도. 돌담. 시골 가옥. 전봇대. 산 봉우리. 귤밭. 이 낯선 풍경도 머지않아 익숙해질 거란 생각에 마음이 이내 설렘으로 바뀐다. 차창으로 들어온 2월의 새찬 바람이 왠지 포근한 것 같다.


    '이 낯선 풍경이 이제 새로운 터전이구나.'


    이삿짐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서 우리보다 하루 늦게 도착했다. 주말을 이용해 이사했던 터라 이삿짐을 풀고 나니 다음날이 바로 월요일이었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월요병이 도질 것만 같았다. 허-. 일요일 저녁, 제주도민이 된 동시에 주말부부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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