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욕심에 아이의 행복을 보지 못한 엄마
저는 속물인 엄마입니다.
by 욕심많은워킹맘
부모와 아이 사이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보이지 않는 끈끈한 고리가 있다. 가족이라는 것을 떠나 세상에서 우리 부부의 유전자를 나눠 가진 소중한 존재다. 자식의 보람된 성과나 사회에서 받은 인정 등, 내 아이의 크고 작은 기쁨에 가장 기쁠 사람은 당사자인 아이는 물론이지만,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복해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부모가 아닐까?
어제 업무 시간 중에 큰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상기된 목소리로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저 상 받았어요. 도서관에서 책 많이 읽었다고 저 혼자 선물 받았어요.
아, 작년과 같은 독서 상인가 보다 생각했다. 2학년 때는 겨울 방학이 끝난 이맘때쯤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연간 독서 100권 이상이 인증된 아이들에게 상장을 수여한다는 알림장이 있었다. 이번에는 반에서 한 명씩 받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상장 수여될 공지는 늘 그렇듯 겨울 방학이 끝난 시점에 갑자기 공지가 내려진다. 그래야 평소 습관으로 유지된 아이들이 상을 받기 위함 취지인듯하다.
선물도 받았어?
우와! 엽아, 너 정말 멋지구나.
우리 엽이 기뻤겠네?!
넌 네가 하고자 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그럼 상장은? 상장도 받았어?
그랬다. 아이가 상을 받았다는 건 무척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나도 덩달아 목소리에 감격의 물결이 흘렀으니까. 하지만 내 속내는 아이가 받은 선물 보다 상장이 더 궁금했던 속물 엄마였다. 반에서 우리 아이 혼자 받았다는 우월감도 느낀 속물인 엄마.
그런데 나의 부푼 기대와 달리, 상장은 없다는 아이의 대답이었다.
왜? 상장이 없지?
이맘때는 학교장상이 나올 때라 괜한 기대를 갖게 되는 시기다. 다독상으로 받은 선물에 상장이 없다니, 아이러니(?) 했다. 남편에게 큰 아이 소식을 전했더니 귀여운 녀석이 벌써 아빠에게도 자랑했다. 소식을 들은 남편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왜 이게 상장이 없는지 이상하다고"
이제서야 의문점이 풀렸다.
집에 와서 선물을 보니, 학교에서 준 상이 아니라, 정확히 표현하면 학교 도서관에서 준 상이었다. 도서 대출이 많은 아이들 대상으로. 어찌 되었던 작년과 이어 올해 큰 아이는 독서 상을 받아온 셈이다.
큰 아이는 기분이 좋다고 했다. 상을 받아서 너무 기쁘다고. 아이는 상장이 있든 없든 보람된 인정과 축하를 받았으니 행복하다.
필기류와 간식거리를 선물로 받았다. (다른 초콜릿은 냉장고에)
오늘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은 아이의 표정이 참 밝다. 연신 기쁘다고 표현하는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아이에게는 상장의 유무 따윈 상관이 없었다. 평소의 습관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다는 기쁨과 행복만이 존재했다.
그런데 나는?
나, 정말 속물인 엄마구나.
상장에 눈이 먼 엄마는 아이의 기쁜 마음이 이제서야 보였다. 큰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면서 후회와 반성을 물밀듯 밀려오기 시작한다. 상장이 없다는 아쉬움을 느꼈던 나,
아까 통화할 때 상장이 없다는 아이의 대답에 실망하던 내 목소리를 혹시 아이가 눈치챘을까?
다음에는 뭐든지 아이가 받아온 모든 인정과 기쁨은 축하해줘야겠다. 오늘 아이의 행복한 표정에 반성도 함께 한 하루다. 어쩌면 내 아이의 마음 크기가 나보다 더 큰게 아닐까? 오늘 오히려 아이에게 삶의 태도를 배웠다.
아들아. 앞으로는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기쁨은 재지 않고 무조건 축하해줄게. 미안하다. 그리고 축하해!
그리고 큰 아이 학교 도서관도 참 마음 예쁜 행사를 해주셔서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덕분에 큰 아이는 앞으로도 도서관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이로 자랄 것 같다. "도서관 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 라고 적힌 봉투도 버리지 않았다. 큰 아이가 받아온 상장을 보관하는 파일이 있는데 이것도 소중히 보관하라고 했더니 이번만큼은 척척 갖다 놓는다. ^^ 다른 건 몇번이고 일러야 하면서 ^^;;
출처 : https://blog.naver.com/keeuyo/221465493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