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짐승이던 시절
그 사람은 널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은 그와 나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기도 했으므로, 나는 그들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일찌감치 들어야 했다. 도망쳐야 했다.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상처 입는 것을 아까워해야 했다. 내가 또 뭘 잘못한 걸까 생각하지 말고 그가 나에게 저지른 잘못들을 따져야 했다.
아무리 들어 봐도 그 사람은 널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왜 굳이 너는 널 망치면서까지 그렇게 있어야 해? 외로운 게 싫어서 아무나 만난다면 더 좋은 아무나, 를 만나야 하는 거 아니니? 나는 나도 모르겠다고, 귀찮다고, 하지만 외로운 건 싫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만나기 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내가 삶의 활기라는 것을 배우던 그 기간에는, 정말로 행복했고 외롭지 않았으며 혼자인 것을 당연하게 여긴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가볍고 빠르고 아주 강한 여자였다. 혼자 사는 짐승이였고, 언제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남의 말에 죄책감을 느끼는 여자가 되었고, 남에게 의존했고,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만들었다. 사실은 이 이유로, 그를 만난 것을, 가장 뼈저리게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