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윌듀런트(지은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먼저 제목이었다. 과거에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 이유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지 못하고 한참이나 고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주관적 후기는 철학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으로 인생의 의미를 파악해보는 시도에 대한 내용으로 현실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한 인간이 자살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종교나 진리 등을 논하는 부분은 현재 시점의 나로서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에 쫒기면서 일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래도 간혹 현실적 관점에서 공감 가는 부분은 있었는데 보통 회의론자들의 답변이었다.
✉️버나드 쇼의 답장
젠장, 내가 어찌 알겠소?
그런 질문에 뭔 의미가 있단 말이오?
일부 공감이 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해서 앞으로의 인생 중·후반기의 행복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특히, 강의 시간에서 다루었던 스탠포드 대학교의 Designing Your life 과목의 핵심 질문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직업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은 불가해한 운명에 의해 결정되었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중략)
하지만 결국에는 작가가 되었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작가로 살 겁니다. 암소가 사리사욕으로 자신의 젖꼭지에서 진gin이 나오길 바란다 하더라도 평생 우유밖에 만들 수 없듯이 말이죠. (중략)
나는 남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글을 쓰고 출판을 해 왔으니까요. 마치 암소가 낙농업자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해 서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젖을 내듯이 말입니다. 내 사상이 대체로 건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것도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마음대로 하라지요. 난 그것을 낳으면서 충분히 재미를 보았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서야 어렴풋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나에게 잘 맞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최근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기획하는 직무로 이직을 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부터 항상 의문이었다. 왜 나는 진로에 대해 지나치게 고민이 많고 불만이 많은건지.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이 의문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천직에 대한 끊임없는 갈급함이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적성이란 것은 없다. 일에 나를 맞추는 거지 일을 나에게 맞추려고 하면 안된다. 그냥 지금 하는 일에 최대한 애정을 갖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 이나 되겠냐. 그냥 다 먹고살려고 하는 거다. 일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
"좋은 직장인데 적성 타령 하지 말고 그냥 다녀라.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이러한 말을 계속 들어오면서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현재로써는 적성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건 프리랜서건 일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그 긴 시간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쏟아 붓는다는 것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인용한 글의 구절처럼 단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가 만족스러워야 그 시간이 행복하고 인생의 행복에 더 가까워 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확실히 원하는 단 한 가지는 내 마음속에 항상 머물러 있는 듯한 불안을 해소할 수단입니다. 테니스든, 그림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나는 이제 막 내가 몰입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시작하는 단계이고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 분야에 매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아래와 같이 말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은 결국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서 이 옷 저 옷을 계속 입어봐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은 겪어봐야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다. 한창 다양한 일을 시도하면서 알게 된 것은 '몰입의 중요성'이다.
교육을 위해 SW를 다루면서 우울증 이후 처음으로 잡생각을 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온갖 불안, 걱정 등이 오직 이 일을 할 때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경험으로 인해 전혀 몰랐던 SW분야에 빠져들었다. 사실 잡생각을 하기 싫어서 더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더 공부하고 파고들었던 것 같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이 일단 재미가 있다는 것이고 더 잘하고 싶은 욕구를 계속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경력을 쌓아야 할까?
경제적인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솔직한 심정으로는 근로 소득으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절대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급등한 집값, 코인으로 부자된 사람들을 보고있으면 내가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고 다 때려치우고 재테크 공부나 해서 돈을 불린 다음 평생 놀고 먹고싶다.
그러나 직업적으로 전문성을 쌓고 몸값을 높이는 것이 내 노력에 따라 가능성이 아직까지는 그나마 높기 때문에 직업적 전문성으로부터 창출되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직 준비를 오래 하면서 다양한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고민했다. 이렇게 고민하는 시간들은 힘들었지만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직을 하고자 지원했던 특정 회사에서는 '궁극적으로 왜 우리회사에서 일하고 싶은가?', '일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고 들었다. 이 질문의 정답은 없지만 진정성 있는 답변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답변을 정리한 글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일'이라는 것은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고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더 빠르게 변했고 앞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변해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직장이 더이상 세상과 나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스스로가 세상의 변화를 잘 파악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을 통해 자신을 수련해 나가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100세 시대인 현 시점에서 경제적으로 60대, 70대, 80대까지 지속적인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될 수 없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나이가 들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지만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직장에서의 일을 통해 나만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업무를 하면서 특정 분야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의 인생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는 회사를 내 경쟁력과 성장을 위한 발판, 과정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를 가장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줄 수 있는 회사에서 내 시간을 투자하고 경쟁력을 쌓아나갈 것이다.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그 어떤 세상에서든 회사 밖에 나왔을때 나만의 경쟁력으로 나 하나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한 경제력은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일과 개인생활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일과 삶의 균형은 현재 내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어려운 부분이다.
사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내 일, 내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업적을 만들다거나 하지 못하더라도 어찌됐든 내 일을 위해서 가족과의 시간을 줄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 후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할 순 없고 욕심이 많은 편이라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히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전 직장은 일이 워낙 많고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서 평일에는 거의 개인생활이나 가족과의 시간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직한 직장은 재택근무의 비율이 높은데 재택근무를 해보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에 매우 좋은 근무 형태라고 느꼈다. 아침에 요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정해진 근무시간 전에 미리 업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집중이 잘 되기 때문에 성향도 재택근무 형태가 잘 맞다. 일이 바쁘더라도 집에 있으므로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또 밀린 집안일을 틈틈이 할 수도 있다.
만약 다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을 다녀야 한다면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를 지속하면서 재택근무 비율을 더 늘려나간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내가 죽기전에 뭔가를 이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가 한 말이나 행동으로 이 세상이 바뀌는 걸 보게 될 거라고요. 이제 내게 그런 개인적 기대는 마치 수백 만 년 뒤에도 이 행성이 존재할 거라는 우주적 기대만큼이나 부질없는 것입니다.
위 구절처럼 20대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 뭔가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바는 나란 존재는 영향력은 커녕 나 하나 먹여살리기도 이렇게 버거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거나 대단한 성과를 내는것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하고 그 안에서 작지만 뿌듯한 순간을 쌓아 나가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내 노력의 목적과 원동력은 무엇이냐고요?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궁극적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봤을때, 전반적으로 어떤 일에 도전해서 장애물을 극복해서 일을 성공시키고 나서 혼자서만 뿌듯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한 일 대해 감사함을 표현한 순간들이었다.
이를 통해 내가 일을 계속 하게되는 원동력은 내 노력으로 어떤 성과를 창출하고 그 성과가 다른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넓은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진 못하더라도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관련 기업이나 사람에게 내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크고 작은 순간들을 계속해서 쌓아 나간다면 조금씩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래는 책에서 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이다. 운명론자의 관점일 수도 있지만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시간속에서 내 일이 얼마나 가치있고 얼마나 세상에 영향을 미쳤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주어진 내 역할을 하루하루 충실히 쌓아나가고자하는 관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발췌해보았다.
내게 인생은 부단히 앞으로 움직이는 강과 같습니다. 소용돌이도 있고 역류도 있겠지만, 강줄기 자체는 계속 나아가는 것이지요. 인생은 역행할 수 없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략) 운명이 어떤 위대한 목적지로 인간을 이끌어 갈지 나는 모릅니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고요.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나는 내 역할을 다하고 대사를 마친 다음 사라졌을 테니까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내가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내가 인간의 생명이라는 이 거대하고 놀라우며 꾸준한 상향 운동에서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인식, 역병이나 신체적 고통이나 절망이나 감옥조차도, 그 무엇도 이 역할을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인식이 내게는 위안이자 영감이자 궁극적인 가치입니다.
앞으로 계속 좋아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면서 전문성을 쌓아 나갈 것이다. 그 안에서 작은 뿌듯함을 종종 느끼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건강한 삶을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