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허상과 이미지의 허상
나는 미드 오피스를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스티브 카렐이 나오는 영화는 내 취향이든 아니든 무조건 본다. 더불어 안멋있는 역할을 하는 라이언 고슬링을 좋아하는데, (야비하고 쨉실한 얼굴이 너무 좋다) 그 둘이 나오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손가락이 저절로 재생을 눌렀다. 그런 영화가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아무튼 경제, 숫자 바보인 나는 마치 자막 없이 외국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내용 이해 못한다고 영화를 감상 할 수 없는건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다른 부분을 더 촉을 세워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스티브 카렐과 안 멋진 라이언 고슬링이니까. 뭔말인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봤다. 아무래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공부해야 이해 할 것 같다. 아무튼 !
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은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였다. 영화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만들어진 원인, 배경지식을 정말 서술형으로 열심히 설명한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사태를 쉽게 설명해주고 싶었던걸까. 아니면 부자는 계속 잘 살고 결국 피보는 건 서민들 뿐이라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외침이었을까. 관찰하는 카메라며, 사태와 관련된 이미지며, 영화의 형식이 상당히 다큐멘터리적인데, 고발이라도 하고 싶었던걸까. 도통 영화의 목적이 무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저 고발이라면 좀 아쉽다. 그건 방송 다큐멘터리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마지막에 그래도 영화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인물들을 통해 도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너무 억지스럽고 간지러워서 혼났다. 전반적으로 냉소적으로 농담하듯 시스템을 비판했는데, 왜 갑자기 다들 울 것 같은 표정이란 말이냐.
좋았던건 감독이 돈이라는 허상과 이미지라는 허상이 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영리하게 그 둘을 활용한 점이다. 이미지 편집 시퀀스와 음악이 참 좋다. 내가 보고 듣는 것이 이미지이고 음악이긴 한데 신기루 같다. 종국에 아무도 본 적 없는, 숫자 일 뿐인 그 돈 처럼 말이다.
영화 <시크릿 세탁소>와 비교해보면 재밌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평소와 같이 깊이 생각하는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