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개즈비는 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긴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코미디에서 긴장의 흐름을 제대로 활용한다. 자신의 아픔과 증오를 가지고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람들을 웃기다가 갑자기 웃는 사람들의 등을 후려친다. 그리곤 또 말한다. 아이참. 사실이긴 한데 어쨌든 농담이라니까요.
코미디를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아니 이 작가의 이야기를 뒤트는, 그러니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현실을 가지고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무척 재치가 넘치는 농담을 하다가도 갑자기 흐름을 바꾸어 우리도 그 현실의 일부라며 꾸짖는다. 관객은 뭔가 잘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움찔한다. 그런데 어느새 해나 개즈비는 다시 또 사람들을 허허 웃게 한다. 나는 이런 놀라운 리듬감을 그 어느 장르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말들을 너무 재치 있게 해서 웃다가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진실해서. 그리고 진심을 다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에 굴곡이 많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아 혼자서 웅얼거릴 것이 아니라 들려주어야겠구나.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내 아픔과 증오가 가치 있는 것이 되겠구나.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건설적인 증오. 오늘부터 나는 이것을 가슴에 담고 살련다.
덧. 처음에는 그가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결국 그가 하는 이야기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성애를 하는 남자와 여자, 혹은 동성애를 하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강하게 마음을 다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