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 개즈비 : 나의 이야기 (2018)- 해나 개즈비

by 몽아무르

건설적인 증오



해나 개즈비는 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긴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코미디에서 긴장의 흐름을 제대로 활용한다. 자신의 아픔과 증오를 가지고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람들을 웃기다가 갑자기 웃는 사람들의 등을 후려친다. 그리곤 또 말한다. 아이참. 사실이긴 한데 어쨌든 농담이라니까요.



코미디를 보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아니 이 작가의 이야기를 뒤트는, 그러니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현실을 가지고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무척 재치가 넘치는 농담을 하다가도 갑자기 흐름을 바꾸어 우리도 그 현실의 일부라며 꾸짖는다. 관객은 뭔가 잘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움찔한다. 그런데 어느새 해나 개즈비는 다시 또 사람들을 허허 웃게 한다. 나는 이런 놀라운 리듬감을 그 어느 장르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깊은 통찰이 느껴지는 말들을 너무 재치 있게 해서 웃다가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가 하는 이야기가 너무 진실해서. 그리고 진심을 다 하는 그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에 굴곡이 많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아 혼자서 웅얼거릴 것이 아니라 들려주어야겠구나. 그렇게 해서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내 아픔과 증오가 가치 있는 것이 되겠구나.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건설적인 증오. 오늘부터 나는 이것을 가슴에 담고 살련다.



덧. 처음에는 그가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 나중에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결국 그가 하는 이야기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성애를 하는 남자와 여자, 혹은 동성애를 하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한 인간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강하게 마음을 다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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