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2019) - 노아 바움백

by 몽아무르
yzbsNs-700x518.jpeg


애 둘 있는 아줌마에게 영화 한 편을 보는 시간은 그야말로 금쪽같다. 그럴 기회도 잘 없거니와 있다고해도 귀하디 귀한 잠을 줄여가며 보아야한다. 영화를 너무 오랜만에, 그것도 어떤 기대를 가지고 봐서 그랬는지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렇다고 영화가 엉망이라는 건 아니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벅찬 가슴을 느낄 수는 없었다. 보는 내내 시나리오와 배우 연기는 참 좋은데 이미지 연출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인물의 감정과 배우의 연기를 음미하고 싶은데 컷 나눔이나 카메라 움직임, 특히 반응샷들이 매번 그것을 방해했다. 인물들의 감정을 좀 재밌게 전달하고 싶어서 이미지를 통한 여러가지 시도들을 하는데 그게 영 감정의 흐름을 뚝뚝 끊어놓는다. 예를 들면 니콜 (스칼렛 요한슨) 이 처음으로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이혼 상담을 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변호사나 아무에게나 너무 솔직하고 쉽게 마음을 여는 니콜 같은 인물 설정, 그리고 정말이지 기나기지만 무릎을 치고 공감하게 하는 대사들은 너무 좋은데 정말 난데없이 니콜의 얼굴이 포커스 아웃에서 들어와 초점이 맞는다던지 이유를 모르겠는 패닝이라던지. 미적으로도 연출의 어떤 의도로도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이미지 연출이었다. 스칼렛 요한슨이 마치 내 옆에 앉아 자기 지난날을 고백하는 친한 친구마냥 연기를 하는 바람에 내가 실제로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분까지 들었건만 이미지 연출이 그런 흐름을 훅훅 깨면서 눈에 거슬렸다.


니콜과 찰리 (아담 드라이버)가 찰리의 LA 집에서 싸우는 장면도 정말 모든 반응샷이 흐름을 망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자꾸 반응샷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여주는건지. 편집 호흡을 좀 더 길게 갔으면 둘 사이의 복잡한 감정이 비어있는 아파트 공간을 채우며 더 잘 느껴졌을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둘이다. 결혼 전 불 같은 사랑도 아이를 출산하기전 알콩달콩한 사랑도 다 지나가고 지금은 이전의 로맨틱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가슴 깊이 숨어있는 열정에게 나오라고 나오라고 피곤해도 좀 나오라고 애원하며 노력하고 산다. 예전엔 노력이 없어도 되던 로맨틱하고 불같은 마음. 지금은 노력하고 애원해도 나올까 말까다. 일상이 그렇다. 둘이서 따로 또는 같이 하루종일 애쓰고 나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일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니콜과 찰리처럼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동지애를 느끼며 정말 죽도록 미워도 하고 그래도 어쩌냐 데리고 살아야지 너도 나도 애쓴다 하며 산다. 그래서 마지막 둘의 모습이 너무나도 가슴에 남았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로만 정의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 부부가 그런거 같다.


보면서 공감가는 대사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니콜이 처음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출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리고 감찰관을 만나기 전에 니콜이 변호사와 함께 연습을 하는데 그 때 변호사가 한 말도.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던데, 아니 어째 애 낳아본 여자마냥 대사를 쓰지. 했다가 그래. 모니터하고 도와준 사람이 있겠지 싶었다.


찰리가 마지막에 부른 노래 가사도 참 와닿았다. 지지고 볶으니 그게 또 인생이 아니겠나 싶다.



아. 하나 더.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 영화를 본게 참 괜찮은 상황이었던것 같다.



이전 07화7월 22일 (2018) - 폴 그린그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