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2018) - 폴 그린그래스

by 몽아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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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이라는 표현은 사실 모순적이다. 가장 잔인하고 슬픈것은 사실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일어난 비극을 영화화 할 때에 가장 효과적인 태도는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비극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무엇을 만들때, 만드는 이가 조금이라도 어떤 입장을 취하고 그것으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신파가 된다. 그리고 얄팍하게 마음을 선동하는데 비극적 현실을 이용하는 것은 그것을 겪은 이들이나 그의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얼마나 안다고 그것을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가. 감히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그들의 이야기를 눈뜨고 보기 어려운 신파로 만들려하는가. 당사자가 보기에 거북하지 않게 영화화 하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고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극적 현실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관찰자의 입장에서 어떤 인물을 통해 사건을 이야기할까만 결정한다면 나머지는 관객에 의해서 완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7월 22일은 그런 의미에서 꽤 아쉬웠다. 초반에 인물들을 묵묵하게 비추는 카메라나 감정 표현이 적은 범인, 범인의 배경에 대한 중립적 묘사, 범인의 변호사가 된 인물의 절제된 연기등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총리의 정치적 연설이 들어가면서 그 흐름이 깨진다. 그 연설이 단순히 씬 들을 연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요한 시퀀스로 자리잡아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강력하게 하는데 감독이 마치 나를 붙잡아 두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어 정말 불편했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개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관객이 각자 알아서 자신의 의견을 정립 했을텐데 말이다. 이 영화가 정치 선전을 위한건 아니지 않는가.



후반부 법정 부분은 너무 감정적이라 불편했다. 연설 내용이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고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게 탁월한 건 아니라 아쉬웠다. 피해자 연설에 한방 먹은듯한 테러범의 표정도. 그저그랬다. 테러범의 표정이 많은 걸 동시에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 인간이 하나의 감정만 느끼겠는가. 후회, 자기정당화, 고집, 동정등여러가지 감정이 소용돌이 치기에 그게 인간인건데.



테러범이 너무 명확하게 한방 먹은 표정을 지으니 아. 감독이 저렇게 하라고 시켰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관찰자의 자리에서 벗어나게 되고 이 비극적 사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신파를 보게 되어버린다.



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영화라 그랬는지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가 생각났다. 뒷모습을 따라가는 카메라가 종종 등장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영화의 차이라면 7월 22일은 아이들의 처절한 비명을 들어보라며 가장 큰 소리로 들려주는 반면 엘리펀트는 멀리서 고요히 그들의 모습을 관조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되고 나서 영화를 보는 태도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좀 더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특히 부모 자식 이야기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를 보면 자꾸 나를 대입하게 된다. 엘리펀트를 보았을때 나는 미혼이었다. 그 때는 누구의 입장에 대입하여 보는게 아니라 영화 자체를 보았는데 부모가 되고난 후 보게된 7월 22일의 테러장면은 오로지 부모입장에서 보고 말았다. 너무 끔찍하고 괴로웠다. 연출을 생각하면 사실 총을 든 사나이를 피해 도망가는 아이들에 더 힘을 주어 연출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걱정하고 경찰을 찾아가는 부모는 그에 비해 부수적일 수 밖에 없는데 부모가 된 나는 부모가 괴로워하는 그 짧은 컷에 심장이 아렸다. 물론 오도가도 못하는 섬에서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에 괴로웠던건 말도 못하고.



어쨌든. 내가 이 영화를 본건 순전히 감독 때문이었다. 폴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남들은 빵빵 터뜨리고 부시고하며 어떻게하면 더 화려하게 파괴할까를 고민하는 동안 폴 그린그래스는 절제하고 하나에 집중하는 액션 영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과하지 않은 연출을 하는 감독이 생각만해도 괴로운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했을때 과연 어떤 연출을 했을지, 이야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에 성공했을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감독은 일관성을 지키지는 못했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에 객관적이고 일관적이기도 참 힘들것이다. 그런면에서 다르덴 형제나 미카엘 하네케는 정말로 경이롭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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