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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승 Jun 17. 2020

비누 만들다 글로벌 뷰티 공룡이 된 회사들

프록터앤갬블, 유니레버, 카오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WfcrUNHe4HM





비누의 역사


비누에 대한 기록은 상당히 오래 전에 등장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양털을 세척하는데 비누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요. 고대 로마 플리니의 기록에 의하면 갈리아인들이 포마드 머리를 하는데 비누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근데 과거 기록상에 비누는 지금처럼 몸을 클렌징하는 목적으로 사용한 기록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 과거에는 어떻게 몸을 닦았을까요?


대중 목욕탕이 있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도 비누를 몸을 닦는데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올리브유를 몸에 바르고 스트리길이라고 하는 청동갈개로 모래와 같은 이물질을 닦아내 몸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오일클렌징과 유사한 방식인데요.

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보시면 목욕 장면이나 스트리길을 사용하는 장면이 가끔 나오기도 합니다.



비누를 영어로 soap이라고 합니다.


이 어원의 유래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산 정상에서 신에게 희생제를 지내며 희생양을 불에 태우는 의식이 자주 있었는데요. 이때 동물의 지방 성분과 불에 타고난 재 성분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면서 자연적으로 비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제사를 지낸 산 아래로 흐르는 강물에 유독 세정력이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비누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 로마의 희생제를 지내던 사포 산에서 이름을 따 비누를 soap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비누의 기원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비누는 지방과 잿물이 반응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때 지방은 동물성 지방이나 식물성 오일 모두 사용이 가능합니다.

잿물은 나무를 태우고난 재를 물에 녹인 것을 말하는데요. 강한 알카리를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비누는 지방을 강한 알칼리인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에 반응시켜서 만들게 됩니다.



비누는 화학적으로 긴 사슬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이때 한쪽은 물과 친하고, 다른쪽은 기름과 친합니다. 원래 물과 기름은 상극이라 서로 섞이지 않는데요. 비누는 물하고도 친하고 기름하고도 친해서 서로 섞일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물질을 통칭해서 계면활성제라고 하고요. 계면활성제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성분이 비누인 것입니다.




세정력은 물로 잘 닦이지 않는 오염물질을 얼마나 잘 닦아낼 수 있느냐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물에 잘 닦이지 않는 성분은 대개 유성 즉 기름때 입니다.


비누가 물에 녹게 되면 비누의 친유성 부위가 기름때를 둘러싸서 물에 섞일 수 있게 하고 물과 함께 헹궈낼 수 있게 되는데요. 그게 바로 클렌징의 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클렌징 기능을 하는 성분들은 물과 친한 동시에 기름과도 친한 계면활성제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다시 역사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고대 유럽에서 몸을 씻는데 비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언급을 했는데요.

현대적 의미의 비누는 알레포비누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레포비누는 지금의 시리아지방에서 제작된 수제 공법의 비누로 식물성 오일인 올리브, 월계수잎 등을 베이스로 한 비누입니다. 알레포 비누가 중세 십자군전쟁을 계기로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귀족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고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지에서 알레포 비누의 영향을 받은 비누 제작 방식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을 합니다. 그 가운데 유명한 비누들이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의 카스틸 비누, 프랑스 마르세이유 비누 등 이죠.




하지만 이 비누들은 수제 제작 방식으로 매우 고가였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보급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중세 흑사병이 창궐하면서 몸을 씻는 행위가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면서 유럽에서는 몸을 씻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하다 시피 했다고 합니다.



19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현대적 의미의 비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즉 비누의 역사는 길지만 또 짧다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유럽인의 시각에서 비누가 대중화되는데 크게 두가지 측면이 고려되어야 했습니다.


첫번째는 위생 개념의 대두.

두번째는 비누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공업화학의 진전입니다. 


이 두가지 변화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게 되는데요. 바로 19세기 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중세에는 몸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는 위생 개념이 매우 희박했습니다. 극단적으로 유아 세례를 받을때 몸에 물을 적시는 게 평생 물이 몸에 닿는 전부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니까요. 19세기 초를 가리켜 어느 학자는 더러운 천년의 끝자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세기를 걸치면서 위생과 청결이라는 근대성의 주요 개념이 점차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19세기 중반, 젬멜바이스가 진료하는 의료진의 손씻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었고요. 그 외에도 존스노, 파스퇴르 등에 의해서 세균이나 위생 개념이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위생 개념이 본격화된 것은 당시 두 전쟁이었다고 하는데요.


1853년 크림전쟁이 발발하였는데, 이때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전쟁 가운데 전염병으로 죽는이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이때 그 유명한 나이팅게일이 병동에서 손씻기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이루게 되고요. 병력의 상대적 우위라는 측면에서 위생 개념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대국적으로는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 병사 개인에게는 살기 위해서 잘 씻어라 라는 인식이 군인들 사이에 확산된 것이지요.




몇년 후 북미에서는 남북전쟁이 발발하게 되는데요. 이때 크림전쟁의 상황을 벤치마킹한 전쟁 지도자들을 통해 위생 관념을 철저히 하도록 하는 병영내 교육이 이뤄졌으며 이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각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비누로 손씻기라는 행위가 19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급속하게 대중화되게 됩니다.



비누의 대중화 두번째 선결 조건인 대량생산은 어떻게 해결을 하였을까요?



비누는 유지. 기름성분과 수산화나트륨, 수산화칼륨과 같은 알카리염이 소위 비누화반응을 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려면 이 두가지 성분 모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합니다.



19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비누 제작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공방의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비누 제작 방법이 기록된 자료를 보면 미신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19세기를 거치면서 르블랑, 솔베이 등 여러 화학자들의 공업화학 제법들이 발명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싸면서도 품질이 균일한 비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점차 갖춰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기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고 19세기 전체를 걸쳐 여러가지 진전을 이룩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발전들이 비누 대량 생산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사건들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1789년 프랑스 르블랑법
1807년 영국 피어스 가장 오래된 비누 브랜드(후에 경쟁사 유니레버에 피인수)
1811년 미쉘 쉐브르 비누화반응을 연구. 비누의 화학적 반응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 글리세린 발견
1817년 영국 John Knight Soaps
1837년 미국 프록터앤갬블
1851년 영국 William Gossage. 영국의 화학자. 당대 저렴한 비누를 거의 처음으로 만들어냄.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 John Knight Soaps 상받음. 비누의 산업화.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이후 위생 개념 대중화(프록터앤갬블 전쟁 특수)
1863년 벨기에 솔베이. 르블랑법을 대체
1873년 일본 비누 생산(쓰쓰미 이소에몬)
1879년 프록터앤갬블 아이보리 비누
1885년 레버 브라더스(유니레버 전신)
1909년 프록터앤갬블 유지경화법 특허. 식물성 유지 공급량 폭발적 증가
1920년대 국내에도 일본계 회사들의 비누 광고 지면에 등장함
1947년 무궁화 국내 최소 생산 비누
1955년 도브
1976년 록시땅(마르세이유 비누 기반 스토리텔링)



특히 비누 생산에 있어서 프록터앤갬블의 역할도 작지 않은데요. 기업이 성장하면서 화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화장품을 비롯해 식품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19세기에 걸쳐서 여러 비누 회사가 설립되는데, 주로 영국과 미국 회사들입니다.

영국에서 1807년에 최초의 비누 회사인 피어스가 설립이 되고요.


19세기 중반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다양한 비누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19세기 중반 즈음에 어느 정도 산업이 성숙되어 갔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유니레버의 전신인 레버 브라더스가 영국에서 1885년에 설립이 되고 선라이트 비누를 출시하여 19세기 후반까지 피어스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 피어스는 유니레버에 인수되어 지금은 같은 회사)



미국에서는 프록터앤갬블 피앤지가 1837년에 설립되고 19세기 중반 전쟁을 거치면서 정상을 하게 됩니다.

한국 최초 비누 생산은 1947년 무궁화비누라고 하는데요. 19세기 후반에 비누가 대중화된 서구에 비해서 반세기 가량 공백이 있는 셈입니다.




해방이 되고 나서야 비누가 소개된 것은 아니고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해서 일제 비누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좀 더 알려졌다고 합니다.


일본의 비누 생산은 1873년이라고 하는데요. 쓰쓰미 이소에몬이라는 사람이 일본내에서 일하던 프랑스인들이 공사장에서 비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일본에서도 만들어봐야겠다고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쓰쓰미 비누가 1873년이고 레버브라더스가 1885년이니까 일본내 비누 생산도 상당히 빠르게 도입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쓰쓰미 비누를 비롯해서 카오, 라이온, 시세이도 등 지금도 상당히 유명한 일본계 뷰티 회사들의 창업이 대부분 비누에서 시작되었고요.



카오는 코팩 이야기하면서 다뤘던 회사이기도 한데요. 1887년에 문구류나 비누를 수입 유통하다가 직접 비누 제작에 뛰어들었는데요. 당시 미국의 프록터앤갬블의 마케팅 방식을 많은 부분 벤치마킹하여 성공했다고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내에도 비누 생산 공장을 짓고 공격적인 광고를 진행하면서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비누가 등장하게 됩니다.



영국 유니레버, 미국 피엔지, 일본 카오


현재 코스메틱 산업의 거대기업으로 자리 잡은 회사들이 비누에서 시작했다는 점이 상당히 재미있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애경이라는 회사가 1953년 미향 비누를 제조하면서 성장해 대기업에 반열에 올랐구요.

최근에 에이프릴스킨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도 그 시작은 비누 단일 제품을 판매하면서 상당히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케이스로 보입니다.


비누라는 카테고리가 10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회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게 흥미로운 점이기도 합니다.



비누와 위생관념은 근대의 상징으로 보기도 합니다. 제국주의적 시선에서 더러운 것, 씻어내야 할 것으로 피식민지를 바라보기도 하였으며 특히 최초의 비누 브랜드로 알려져있는피어스는 여러 지면 광고를 통해 이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인종차별적인 슬로건들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당시 시대상을 엿볼수 있기도 합니다.


비누 관련 회사들은 특히 인종차별적인 이슈에 휘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최근에 도브도 유색인종을 광고에서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가 비누가 대중화되는 과정이었다면 20세기 중반까지는 다양한 합성 계면활성제가 개발되어 여러가지 형태의 클렌져가 소개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누가 대중화된 이후로 비누 회사들은 매우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합성 계면활성제들이 발명되었고 공업화학의 발전을 통해 비누의 단점들을 보완하는 제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몸이나 얼굴을 닦는 클렌징의 측면에서 전통적인 비누는 너무 세정력이 강해서 문제가 됩니다. 피부에 사용하려면 세정력도 중요하지만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사용감이 좋아야 합니다. 20세기 클렌져의 발전은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충분한 세정력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고민해온 과정입니다. 나아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따라 특정 기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이 분화되게 됩니다.


바디워시, 샴푸, 리퀴드타입 클렌져, 클렌징워터, 클렌징로션, 클렌징밀크, 메이크업리무버, 아이리무버, 립 리무버 등 지금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클렌져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전통적인 비누의 사용은 점차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도브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는데요.

여러번 이야기를 했듯이 도브는 비누가 아닙니다.

도브 제품패키지를 살펴보면

도브는 비누가 아닙니다. 뷰티바입니다.

라고 적혀있지요.



여기서 soap과 bar를 구분해야 하는데요.

soap은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비누화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비누 성분을 말합니다.

반면 bar는 고체 비누의 형태를 갖는 클렌져를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soap은 성분을 말하고요. bar는 형태를 말합니다.

우리말로는 모두 비누로 부르기 때문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요.

모양은 고체비누이지만 성분은 전통적인 비누 성분이 아니고 마일드한 계면활성제로 이뤄진 것이 도브입니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한번 더 반전이 되는데요.



1968년 유럽의 68혁명 이후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량생산 방식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집시, 히피 문화, 친환경주의,  자연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아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수제 방식의 비누 제작을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소위 천연화장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1959년 프랑스 이브로쉐

1979년 영국의 바디샵이 있고요.

1979년 프랑스 록시땅

1987년 호주 에이솝

1995년 영국 러쉬 


등이  이러한 흐름 안에서 피어난 브랜드 들입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원료들을 보면 천연 원료로 합성원료를 최대한 대체하고 있는데요.

비누의 역사가 알레포비누와 같은 수제 비누에서 대량생산으로 다시 수제 럭셔리 비누로 돌고 도는 모습도 재미있는 점입니다.

오늘은 비누의 전반적인 내용을 시대순으로 살펴봤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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