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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Feb 22. 2020

아무튼, 올레길

드디어 올레길을 나서다

드디어 길을 나섰다. 몇 년 간 벼르고 별러왔던 일이다. 올레길을 완주해보는 것. 제주도를 오가며 여러 올레길을 만나보았다. 내 앞에 나타난 그 길을 걸으며 언젠가 1코스부터 21코스까지 걸어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여건이 되면' 걷겠다는 다짐이었다.



2019년의 마지막과 2020년 시작을 제주에서 맞았다. 그때도 올레길을 걸었다. 올레길을 걷다가 해가 좋으면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새해 목표를 정리했다. 힘들면 카페에 앉아 쉬다가 새해 계획을 짜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애매한 사람, 모임을 멀리 할 용기 갖기
대신 나를 채워주는 활동 많이 하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새해 다짐을 적고 나니 적어도 한 가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지금 올레길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하는 시간이 너무 좋으니 올해에는 올레길을 완주하겠다고. 괜스레 미안해서, 그들이 오해할까 봐 나를 소진하는 모임들에 참여하거나, 만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장소를 만나는 데 집중하겠다고.



그리고 관계에서 소진되는 그런 삶은 그만 살고, 이곳 올레길로 오라고 바다가, 새들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이곳 올레길에 왔다. 아침에만 해도 비가 왔다던 이 섬에는 따스한 햇빛이 비친다. 그 햇빛을 맞으며 새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자니, 집안을 나서서 한 시간도 안 되는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무엇 때문에 그 길을 나서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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