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정나그네 Nov 19. 2017

기억하는 것도, 잊는 것도 싫은 마음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NOT TODAY

어느 미드에 나왔던 말인가. 오늘은 안돼요. 하고 매일 기도한다고.


코 끝이 시린 계절이 왔다. 나이와 비슷한 속도로 지나가듯, 17년도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4계절 동안, 배우려는 열정으로 가득 찼던 시기가 있었고, 여행을 기대하며 설렘 가득했던 시기도 있었고, 상실감과 깊은 슬픔을 느끼는 시기도 있었다. 이 시기들을 지나며, 꼭 가을 끝무렵에 더 센치해진다. 

요즘은 어떠한 열정도 없고, 어떠한 재미도 없다. 정신을 차리고 삶의 의미를 기억하려고 몸부림치면서, 매일 아침 출근 전 잠시나마 생각한다.

"오늘 하루가 선물로 더 주어진 하루라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살아가자." 

그렇게 다짐하며 집을 나선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내 삶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겠어."

요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자주 듣는 말이 이것이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왜 네 입에서 나오는 것이지? 어찌 됐든 나는 또 그렇게 한마디 한다. 

"안 힘든 사람이 어딨냐. 뜻대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다 견디고 사는 거야."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과연 이 말이 적절했나 싶다. 또는 나에게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뜻대로 안 살아지기 때문에 너의 뜻대로 안 살아지는 네 삶을 돌아볼 여유가. 


"난 왜 이 모양이냐 난 왜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냐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데 죽어라 노력했는데 10년 전 오늘처럼 다 엉망진창이야..."

문득 본 드라마의 대사가 진심이라, 우리들의 삶이라 가슴이 아려왔다. 모두가 이런 상황 아닐까. 내 삶이 내 뜻대로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좋을까?



돈도 건강도 있다가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움켜쥐기 위해 애쓸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어떠한 것에도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가족을 잃으며, 삶의 의미를 곱씹기도 했다. 사실 그 속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있다. 보고 싶다가도, 이 슬픔 속에서만 있을 수 없어 기억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잊어버리고 싶지도 않은 마음. 사랑하는 누군가를 상실했다면 모두가 공감할 마음이다. 그것이 나의 사랑하는 애완동물일지라도. 누군가 더 사랑하기가, 정을 주기가,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의 답은 '사랑'이고, '진심'이고, '최선'이다. 

먼 곳이 아니라 지금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가족에게 전화하는 것부터, 추위에 떨고 있는 길냥이들에게 참치캔을 사는 것부터. 

거창한 뭔가를 이뤄 내고자 하기 전에 이 작은 순간이 쌓인 후에, '잘 살았다'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