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10일간의 미서부 여행 (샌프란시스코-라스베가스-캐년-LA)
10년간 버킷으로 담아두었던, 미서부 배낭여행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그래드캐년과 함께 본 5대 캐년, 라스베가스와 로스엔젤레스까지
4번째 퇴사 후,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이 되어 꿈꾸던 미서부 여행을 떠났다.
환율이 최고점을 찍을 그때 떠나기로 작정하며, 부푼 마음을 안고 일주일 후 떠나는 티켓을 예약했다.
미국 로드 트립을 꼭 한번 하며, 대륙을 보고 싶었다.
이제는 돈보다 귀해진 시간의 중요성을 깊이 알기에, 지금 이때에 허락하는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감사하게 해 보고 온전히 누리고 싶다.
근 몇 년간 일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몰려오는 지침과 회의감 앞에 미국 여행은 충분히 리프레쉬가 되어주었다.
광대한 자연을 보며 느낀 경이로움, 그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로서, 아등바등 사는 것보다 때로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일상을 누리며 살아가본다.
우버기사님을 만나도, 카페 스텝들을 만나도 이들은 느껴지는 여유가 있다. 스몰 토크도 먼저 진행하며, 부담 없음이 주는 삶의 여유와 유머가 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누리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길 원한다.
지금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가 아니기에, 시야를 조금 더 넓히고 다른 세상도 바라보며, 한발 물러서서 바라볼 때가 필요하다. 다른 세상도 보며 느껴지는 긍정적이고도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기로 다짐한다.
여행 일지
맑고 화창한 날, 샌프란시스코 도착
샌프란시스코에서 4일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입국 심사가 유난히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했고, 특히 30대 중반의 솔로 여성이 혼자 간다면 더욱 질문 공세가 유난히 많다고 하여 걱정했다. (살짝 진땀을 빼긴 했지만, 15분? 의 긴 대화 끝에) 무사히 입국 심사를 완료하였다.
동행을 만나, 샌프란시스코 숙소로 이동한 후, 피츠 커피 한잔.
피츠 커피는 스타벅스보다 오래되었다고 하여 더욱 기대가 되었던 커피.
저녁에는 기라델리 초콜릿이 숙소 근처라 구경하며, 지나갔다.
기라델리 초콜릿은 생각보다 비싸니, 여기에서 사지 않고 마트에서 사는 것으로 :)
둘째 날은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브런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성당 앞에 유명한 Mama's on Washington Square. 동행들과 함께 신나게 주문하고, 주스와 함께 마시는데 날 좋을 때 회사 가지 않고 오고 싶었던 곳에서 시간을 보내니 행복지수 충만하였다.
그리고 피어 39를 보고, 러시안힐을 구경하였다.
로스앤젤레스로 이동.
샌프란과는 다르게 밤의 도시, 화려하고 시끄럽(?)고 덥고, 마카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깜찍한 IP 천국과 팝업 스토어들
귀여운 M&M IP 굿즈와 코카콜라 굿즈들을 보니, 사지 않아도 꼭 shop에 방문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M&M goods는 너무 귀여워서 사서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저 유리가 깨질까 봐... 마지막날까지 고민하다가 꾹 참았다. 이런 shop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팬들인 우리 동행친구들은 기묘한 이야기 스토어에서 스토리와 굿즈를 하나하나 신나서 알려주는데,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는 한국에 돌아오면 꼭 봐야지! 하고 아직도 못 봤네?
그 생생함과 IP 굿즈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잖아, IP회사에서 퇴사한 나로서는 IP의 파워와 애정을 다시 한번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에 왔으면 뭐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라스베가스에 왔으면 호텔 가벼운 카지노 게임을 하고 가야 한다. 예전에 마카오에 갔을 때는 찐 홀로 가서 무서워서 카지노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동행들을 만나 함께 카지노에서 몇 시간을 보냈더라? ^.^ 창문도 없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라요. 카지노에 시계가 없는 이유.
당기는 기계 게임도 좋지만, 홀짝 게임이 그나마 50% 확률이라 확률이 높다. 빨간색/검은색 중 고르는 게임인데, 사람도 많고 중간에 끼어들어가 코인캐시?로 바꿔서 진행해야 하는데.. 동행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용기 낸 게임이다. 덕분에 한 7만 원 정도 벌고 stop..! 게임 참가를 위해 최소 금액이 있어서 살짝 쫄린다..!
재미있게 놀기는 했지만, 이 화려한 도시는 나의 취향은 아닌 것으로.
나는 자연을 사랑한다.
이제 찐 자연을 느끼려 캐년으로 이동
- 브라이스 캐년
- 홀스밴드
- 엔텔롭캐년
- 그랜드캐년
가장 기대하고 대 자연을 보기 위해, 뉴욕이 아닌 미서부여행을 택했다.
과연 캐년을 보는 순간, 광대함과 경이로움에 말을 잃었다. 이 대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이런 자연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나는 왜 아등바등 살려고 애썼는지, 대자연 창조의 신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눈물 나는 감동이 몰려왔다.
브라이스 캐년은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지는 노을과 함께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이었다. 그랜드캐년만큼 경이로움을 느꼈다.
홀스밴드는 말발굽 모양으로 생겨서 홀스슈밴드가 되었다고 한다. 진짜 딱 말발굽 모양.
사진 찍기 조금 무서운 곳이었는데, 어떻게든 인증샷 남기는 사람들.
엔텔롭캐년은 윈도우 화면에서 많이 보던 화면이라 반가웠고, 햇살 비칠 때 하늘을 보면 캐년과 함께 장관이다.
특히 그랜드캐년은 걸어서 못 볼 정도로 광대하여, 기대만큼 감동. 사진에도 담기지 않고 오로지 눈으로 누려야 한다.
휴게소에서 동선이 비슷한 외국분들을 만나, 어느 정도 얼굴이 익은 우리는 스몰 토크를 하던 중, 다음 일정을 물어보았다. 우리는 그랜드캐년을 가려고 한다고 하니, south로 가는지 north로 가는지 물어본다.
그만큼 그랜드캐년이 크다는 사실. 계곡의 깊이는 1.6km에 넓이는.. 어느 정도지? 내가 본 평생의 자연 중에서 과연 최고였다. 눈으로도 다 담기지 않아, 이곳은 헬리콥터를 타고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랜드캐년에서 햄버거 한 입 먹고, 캐년 눈으로 보고, 살랑살랑 바람을 느끼고.
지상 낙원이다.
미서부 여행의 마지막 도시,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LA
날씨 좋고, 살기 좋은 로스앤젤레스.
처음 도시가 미서부의 첫인상을 심어준 조용한 샌프란시스코였다면, 마지막 도시인 로스앤젤레스는 생각보다 더 기억에 남을 만큼 좋았다.
그것은 게티센터가 너무너무 좋았기 때문.
노을 질 4~5시 무렵, 일정에 없던 게티센터로 이동하였는데, 여기 공원인지 전시관인지
이 분위기와 감성 무엇? 날씨부터 분위기 깔끔함 완벽 그 자체였다.
로스앤젤레스가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게티센터'라고 답할 것이다.
작품들을 감상하고,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며 건물 자체를 느끼는 이곳은 분위기와 여유까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좋은 곳을 무료로 만들고 제공해 주신 폴 게티 님께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그 분위기 이어 라라랜드의 촬영지, 그리니치 천문대
천문대 외관도 예뻤지만, 천무대에서 직접 행성과 달을 관측했는데 이 또한 기억에 남는다.
다시 한번 우주와 행성에 광대함이 신기하고 신비로웠기 때문, 어린아이와 같은 감탄을 오랜만에 느끼는 경험이었다.
어릴 적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경험들, 아는 것들로 채워진 세상이라고 생각한 나의 편협한 사고를 거침없이 깨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런 경험들로 순수한 궁금증과 우주와 자연의 광대함게 감탄할 수 있는 감정에 감사했다.
한국보다 더 맛있는 북창동순두부!!
배가 너무 고팠던 날, 밤 11시에 가도 웨이팅이 있었던 북창동순두부 1호점.
배고프도 말을 잃을 만큼 지친 상태였는데 웨이팅까지 있어 녹초가 된 후, 오랜만에 맛본 한식이라 그런지
북창동순두부의 그 맛은 잊을 수 없을 감동이었다.
이후 한국에서도 북창동순두부를 찾아가지만, 미국에서 먹었던 저 맛이 나지 않았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맛도 아이러니하게 본토맛인 LA의 북창동이 찐이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르다가
언제 LA에 또 올지 모르니, 체력을 짜고 짜내서 둘 다 갔다.
30대에 디즈니랜드를 처음 와본 나는 해리포터부터 세트장, 3D체험 모든 것이 또 신기하고 동심을 자극해 체력방전될 때까지 즐겼다. 퍼레이드도 신났지만, 가장 기대했던 것은 불꽃이었는데, 바람이 불어 불꽃대신 조명 축제로 바뀌었다.. 한국이라면 이 정도 바람은 살랑살랑 아주 좋은 컨디션인데.. 아쉬웠다.
아! 그리고 굿즈 가격.. 사악했다. 디즈니에 갔으니 머리띠는 사야겠고, 환율덕에 4만 5천 원 머리띠 사서 사진 찍고 기념품으로 고이고이 가져왔다고 한다. :)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마리오세트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
그리고 미국 가면 번외로 즐길 거리 다양하다.
- 서브웨이 가서 영어 이리저리 쓰며 주문해 보기
- 아웃렛 가서 ugg 등 get 하기
- 아웃렛도 아닌, 다이소도 아닌, ross 매장에서 의외로 컨디션 좋은 브랜드 상품이 많아 구경하며 쇼핑하면 시간 순삭
- 공원 가서 유유자적 여유부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