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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May 03. 2016

재외국민투표

PURA VIDA_027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가 제20대 국회의원 재외국민투표 기간이었다. 나는 학교 수업 때문에 마지막 날인 4월 4일에만 투표를 하러 갈 수 있었는데, 사실 가기 전날까지 계속 고민을 했다. 과연 혼자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이때까지만 해도 혼자 다른 지역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사관에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타야 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외국인이라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엄청난 방향치라 잘 찾아갈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 중 한 명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이곳에 살아가는 동안에 이런 일들은 계속 생길 테고, 혼자서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면 여기에 온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냥 혼자 가보기로 했다. 전날 홈스테이 동생 소피의 도움을 받아서 찾아가는 길을 알아 놨다. 

  대사관은 Escazú(에스까수)라는 지역에 있는데, 내가 사는 Alajuela(알라후엘라)에서 수도 San José(산 호세)로, 다시 산 호세에서 에스까수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소피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산 호세에서 에스까수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약도로 그려 주었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알라후엘라 터미널까지 가서 산 호세에 가는 버스를 탔다. 30분 정도 걸려서 종점 바로 전 정류장에 내렸다. 그리고 정류장 바로 앞의 Mini Super(미니 수뻬르)에서 물을 한 병 사고 에스까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5분 정도 걸었다. 약도만 보고는 분명히 못 찾아갈 것 같아서 경찰 아저씨에게 여쭤보고 찾아갔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는 소피에게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 두었다. 





  잘 보면 분수대 뒤편으로 버스가 보인다. 저곳이 에수까수로 가는 버스가 서는 정류장이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에스까수로 가는 버스가 와서, 월마트를 지나가는지 묻고 버스에 탔다. 10분 정도 가니 월마트가 나왔고 기사님이 내리라고 알려 주셔서 월마트에 내렸다. 어떤 나이 드신 여자분이랑 같이 내렸는데, 나에게 어딜 가냐고 물으셨다. 내가 대한민국 대사관에 간다고 하니, 본인이 한인 교회에 다니신다면서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잠깐 동안 같이 걸어가 가주셨다. 갈림길에서 같이 지도를 봐주시면서 어디로 가라고 알려 주시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그 뒤부터는 미리 핸드폰으로 찍어 둔 구글 맵을 보면서 찾아갔는데, 제대로 찾지 못해 근처까지 가서 계속 물어봤다. 두 번을 물어보고 나서야 대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태극기를 본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잘 찾아왔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대사관에서 다과를 대접해 주셔서 잘 얻어먹고 투표도 잘 하고 나왔다. 에스까수에 큰 쇼핑몰이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보려고 했지만 결국 너무 멀어서 포기하고 계속 걷다가 다른 곳을 발견했다.





  제일 처음 눈에 들어왔던 건 스타벅스. 여기에 와서 본 두 번째 스타벅스이다. 첫 번째 스타벅스가 우리 집 근처에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 코스타리카에는 생각보다 카페가 많지 않다.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드물다. 코스타리카 사람들 대부분이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셔서 그런 것 같다. 여기 오면 커피는 싸고 좋은 걸로 원 없이 마실 수 있겠지 했는데 막상 그것도 아니어서 사실 좀 실망스럽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 카페가 지나치게 많은 거다. 커피 생산지도 아닌데.





  이곳을 Avenida Escazú(아베니다 에스까수)라고 부르나 보다. 여기도 일종의 '몰'이라고 볼 수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식당, 카페, 영화관, 쇼핑몰 등등이 모여 있는 곳을 통칭해서 몰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우리 집 근처의 Plaza Real Alajuela(쁠라싸 레알 알라후엘라)와 Heredia(에레디아)에 있는 Paseo de las flores(빠세오 데 라스 플로레스) 정도만 가 봤다. 학생들 말에 의하면 코스타리카에는 이런 곳이 많다고 한다.





  이 식당은 비싸긴 한데 맛집이라고 한다. 나중에 에스까수에 또 가게 되면 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우리 집 근처에 있는 NOVA(노바) 영화관이 여기에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아이맥스 영화도 상영하나 보다.





  앤디 워홀의 작품 포스터가 계속 보여서 어딘가에서 전시회를 하나 보다 했지만 전시장이 보이지 않아 찾기를 포기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에스까수가 한국의 서울과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도시 아닐까 싶다. 에스까수에 부촌이 많다고 하는데 대사관이 있는 동네도 부촌인 것 같았다.





  Britt(브릿)이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말로만 듣던 브릿 카페인가 했는데 정작 간판이 붙어 있는 가게가 없었다. 결국 못 찾아서 가보지는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입구가 있거나 2층에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게 붙어있을 리가 없지...





  큰 레고 가게도 있었다. 그 앞에 있던 레고 아저씨!





  날씨도 덥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건물에 또 전시회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는 거다. 날짜를 보니 하루 지나긴 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위치라도 알아두자는 심정으로 건물 앞의 주차요원에게 위치를 물어 전시장에 찾아가 보았다.


 



 전시장 입구. 입구에 아직 그림들이 있어서 경비원 아저씨께 전시가 있는 건지 다시 여쭤보니 끝났지만 20일부터 다음 전시가 있고,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고 얘기해 주셨다.





  다음 전시 때는 앤디 워홀의 작품도 오나 보다. 한국에서는 전시장에 곧잘 다녔었다. 영화도 한 달에 서너 편은 기본으로 봤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그런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영화도 대부분 스페인어로 더빙을 해서 들여오니 아무리 집 옆에 영화관이 있다 해도 내 스페인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영화를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공연은 아무래도 작은 나라라유명한 가수들도 라틴 아메리카 투어 때 코스타리카에는 잘 안 온다. 아, Maroon5가 여름에 온다는데 한국에 왔을 때도 안 봤으므로 Maroon5는 패스. 이미 표도 다 매진된 것 같다. 아무튼 지난번에는 Eminem이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를 다녀 갔다. 진짜 너무 가고 싶었다. 물론 거리는 가까우니 마음만 먹으면 갈 수야 있지만 나는 이곳에 일하는 동안은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다. 그러니 남은 것은 전시뿐인데 사실 코스타리카에서 전시장을 찾아볼 생각을 못 했다. 하지만 에스까수에 와서 전시장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 와서 전시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가야지. 한국에서는 전주에서 서울까지 전시를 보러 다녔으니 알라후엘라에서 1시간 반쯤 떨어져 있는 에스까수까지는 뭐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의 기록_20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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