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fe YU Jun 07. 2016

코스타리카 노래방

PURA VIDA_029






  초급 1반 학생들과 1학기 종강 기념으로 노래방에 다녀왔다. 5월 8일에 갔으니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노래방은 산호세(San José)에 있다. 사실 한국 노래방은 아니고, 중국 노래방이다. 중국 식당 건물 2층에 있는데, 아는 사람들만 오는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우리밖에 없었다.

  코스타리카에는 노래방 문화가 없다. 노래방이 뭔지는 알지만 노래방 자체가 거의 없고, 노래방도 그나마 '가라오케'라고 부르는데 이 가라오케라는 것도 술집이나 바에서 유튜브 영상 중 노래 반주와 가사가 함께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고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노래방을 다녀왔다고 하니 홈스테이 가족들이 다 신기해했다. 

  내가 갔던 노래방은 시설만 보자면 한국의 일반적인 노래방보다 훨씬 좋았다. 방 안에 화장실이 따로 딸려 있었다. 하지만 노래방 기계는 한국 기계를 따라갈 수가 없다. 한국과 비교하면 곡 수도 적고 언어를 설정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기계가 터치 스크린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노래 찾기가 너무 불편하다. 다 중국어로 봐야 한다. 다행히 미리보기가 돼서 제목이 중국어인 노래는 가사를 보고 무슨 노래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EXID의 '위아래' 같은 노래는 검색으로 나오지 않고 신곡에서 찾아야 했다. 또 화면에 가사는 나오지만 정작 음원은 반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수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다행히 볼륨 조정이 돼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 사람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는 하다. 아래 식당에서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는데 여섯 명이서 한 사람 당 7,000콜론씩은 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청 비싸다. 가격을 생각하면 썩 만족스러운 노래방은 아니다.





  웬만한 한국 아이돌의 노래는 다 있다. 가수로 찾아보면 나오는데, 요즘 아이돌 가수들 틈에 SES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나도 모르는 가수들도 더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에픽하이의 노래들. 달랑 네 곡뿐이다. 제목이 이런 식이니 정확히 무슨 노래인지 미리보기를 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웬만한 곡들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나온다. 학생들은 한국 노래는 거의 따라 부르지 못했다. 발음이 어렵기도 하고 노래가 빠르기도 하고. 그래서 노래를 부르는 대신 춤을 추는 학생들이 많았다. 노래는 노래방 기계가 알아서 불러주니. 학생들은 나중에는 팝송도 부르고 스페인어 노래도 불렀다. 내 평생 이렇게 노래방에 오래 있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3시쯤 갔는데 8시 반이 넘어서 나왔다. 물론 중간에 저녁도 먹고 해서 그런 거긴 했지만. 지치지도 않고 재미있게 노는 학생들에 비해 나는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 노래방에 오다니! 솔직히 한국에서는 대학원 다닐 때 스트레스 풀러 노래방도 많이 다녔는데. 이 날은 노래방에 같이 다니던 동기들 생각이 많이 났다. 



오늘의 기록_2016.5.8.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은 풍뎅이의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