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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연 Jul 16. 2021

응아해도 예쁘고 쉬를 해도 예쁘고




(심각한 표정으로 응아하는 아기 ㅎㅎ)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워 온 노래를 부른다.   


  

’오줌 싸도 예쁘고 응아 해도 예쁘고

잠을 자도 예쁘고 잠을 깨도 예쁘고

이리 보아도 예쁘고 저리 보아도 예쁘고

앙앙 울어도 예쁘고     

얼럴럴러 둥개 둥개 꽃 중의 꽃 우리 아가 

얼럴럴러 둥개 둥개 방 안의 꽃 우리 아가’     



달콤한 하이톤으로 쫑알 쫑알 부르는 아이를 보며 황홀경을 느꼈다. 단전에서부터 충만함이 올라온다. 행복에 젖는다. ‘넌 내꺼 중에 최고. 내가 가진 것 중에 최고’라는 가요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맞다. 맞다. 응아해도, 쉬를 해도, 울어도 예쁘다. 뭘해도 예쁘다. 보기만 해도 예쁘다.      



지나간 일이 기억났다. 아이가 싼 기저귀를 황홀하단 듯이 바라 보며 “이것 봐! 예쁜 황금색 변이야. 진짜 예쁘지?”라고 친정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던 기억 말이다. 정말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심지어 변 냄새도 달콤했다. 어른 밥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차마 달콤하다고 까진 말할 수 없다. 엉덩이 씻어줄 때 잠깐 ‘흣’하니 숨을 참는다는 것을 너만은 몰라야 한다.)     



네게 너무도 많이 부족한 엄마였지만, 단 하나만은 자신 있었다.     

너의 모든 행동이 내게는 기적 같았다. 네가 너무 예뻤다. 정신을 차려보면 난 언제나 네 볼을 쭉쭉 빨고 너를 안고 쉴 새 없이 만지고 있었다.      

네가 ‘응’이라고 처음 대답을 했던 날, 세상 끝날처럼 환희에 차 썼던 글을 기억한다. 이 아이가 내게 대답을 하다니! 내 말을 이해하고 ‘응’이라고 대답을 해주다니! 말을 하다니! 내 말을 듣고 있었구나! 남들 다 하는 옹알이도, 말도, 신기해서 매번 심장을 부여잡아야 했다.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나온 내게 엄마가 보내오셨던 메일에는 그 여느 때처럼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아이구 이쁜 내 새끼. 내가 어떻게 너 같은 딸을 낳았을까.’     

내가 아기때도, 

5살 때도,

초등학교 때도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엄마는 날 보며 감탄하셨다. 자랑할 만한 것도, 딱히 예쁠 것도 없는 나를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 어루만지며 매 순간 말씀하셨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내 새끼.      



사랑의 자욱이 가득 남은 나는, 어느새 똑같은 눈빛으로 똑같이 이야기한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 

사랑스러운 내 아기.     

응아해도 예쁘고 쉬를 해도 예쁘고

이리봐도 예쁘고, 저리봐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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