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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주아 Oct 29. 2017

낯선 출발

심사 결과는 유예되었지만 나는 계속 나아갔다




 

비행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지만

나에게 그 길은 같은 길이 아니었다.

익숙한 일상을 향한 낯선 출발이었다.


엄격한 입출국 심사를 받을 때마다 마치

‘당신은 새로운 삶을 살 자격이 있는가?’도 함께  

심사받는 것 같았다.


마음 하나 달라진 것만으로 인생이 변할 수 있을까.

나조차도 자신이 없었다.

심사 결과는 유예되었지만

나는 계속 나아갔다.


마지막까지도 떠나지 않는

과거의 주인공들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런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는 의심,

현실이 그리 만만하냐는 협박,

하고 싶은 게 있다 해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이

또 하나의 발버둥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허무가

난기류처럼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난기류의 경보가 대체로 정상화 되듯

마음도 곧 순조로운 기류를 되찾았다.

나의 비행은 나라를 건너온 것이 아니라

나를 건너온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또 다른 나에게

도착했다.



- 배주아 『프롬 스톡홀름』


 


작가 소개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스스로의 삶으로 테스트해보기로 결심,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마음먹은 것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말을 믿고 싶어서 증거를 수집하러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그러기 위해 떠난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고 동시에 버리는 연습을 하구요, 거리에서 사람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찍습니다.

2017년 10월 첫 번째 에세이 『프롬 스톡홀름』을 출간했습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나눕니다 @jua_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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