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고 다닐 동행은 마음 밖에 없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내게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듯 걷는 일이었다.
미리 쓰여 있지 않은 책을 읽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이야기를 쓰며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든 읽든지 쓰든지 해야 했기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과 사물에
더 민감해졌다.
말이 사라지자
생각이 차곡차곡 쌓였다.
재촉하는 사람이 없으니
발걸음이 느려졌다.
마음 내킬 때까지 주저앉아 있어도,
아무것도 보지 않고 지나쳐도
상관없었다.
아예 숙소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았다.
데리고 다닐 동행은
마음 밖에 없었다.
그래서 마음과
친해질 수 있었고,
마음을
알게 되었다.
- 배주아 『프롬 스톡홀름』
작가 소개ㅣ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스스로의 삶으로 테스트해보기로 결심,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마음먹은 것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말을 믿고 싶어서 증거를 수집하러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그러기 위해 떠난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고 동시에 버리는 연습을 하구요, 거리에서 사람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찍습니다.
2017년 10월 첫 번째 에세이 『프롬 스톡홀름』을 출간했습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나눕니다 @jua_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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