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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주아 Nov 03. 2017

꿈 속에서 살아가기

나는 꿈이 이랬으면 좋겠다




나는 꿈의 아우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꿈은 이상한 것이었다. 


세상은 꿈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꾸만 아주 높거나 먼 곳으로 데려갔다.

그건 너무 좋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 없이는 슬퍼질 수 밖에 없는 거

라고 했다.



꿈은 무거운 것이었다. 

꿈을 꾸는 사람은 무게를 감당해야했다. 

꿈의 찬란한 빛은 

역도 선수처럼 번쩍 들어올렸을 때에만 

비치는 것 같았다. 


힘이 빠지면 안 되는 일이었다. 

꿈이 이런거라면 

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싶었다.


꿈은 나를 힘들게 했고, 

나는 꿈을 잊어갔다.



꿈을 다시 삶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꿈과 화해해야 했다.

이제 나만의 무늬를 꿈꾸게 되었으므로 

꿈을 바라보는 방식도

나만의 시선으로 바꾸어야 했다. 


나는 꿈이 이랬으면 좋겠다.


소소하고 사소한 일들도 

꿈이라고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주 예쁜 날 

우연히 첫사랑과 마주치는 게 꿈이에요, 

푸른 나무와 꽃이 가득한 정원을 갖는 게 꿈이에요, 

쨍하게 맑은 날 소금 사막에 가보는 게 꿈이에요,

쏟아질듯 별이 가득한 밤 

하늘을 다시 보는 게 꿈이에요. 

뭐,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원에 나무가 하나여야 하는 것이 아니듯 

삶에도 꿈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꿈에 대해 늘 

할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꿈이 뭐예요, 하고 물었을 때 

이런 대답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글을 쓰고 싶은 지가 꿈이었으면,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가 꿈이었으면,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을 치유하고 싶은지가 꿈이었으면, 

어떤 직장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꿈이었으면, 


그래서 꿈에 대한 이야기란 

그런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태어난 날부터 숨 쉬는 모든 날을 

‘삶’이라고 부르듯, 

꿈꾸기 시작한 날부터 

꿈을 위해 일하는 모든 날을

‘꿈’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꿈 속에 살았으면 좋겠다. 


새싹과 푸른 잎과 열매와 낙엽을 

각각 사랑하듯, 

꿈의 시작과 성장과 성취와 잊혀짐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절을 사랑하듯,

우리의 모든 날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꿈꾼다. 



배주아 『프롬 스톡홀름』




작가 소개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가능한지 스스로의 삶으로 테스트해보기로 결심,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마음먹은 것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말을 믿고 싶어서 증거를 수집하러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그러기 위해 떠난 여행을 통해 자신을 찾고 동시에 버리는 연습을 하구요, 거리에서 사람과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찍습니다. 2017년 10월 첫 번째 에세이 『프롬 스톡홀름』을 출간했습니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나눕니다 @jua_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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